한길 010·3755 ― 2600
제사(祭祀)에 대하여
어머님 기일(忌日)이다. 가신 지 다섯 해. 구월 열여드렛날. 2014. 10. 11(土)
영혼과 육신을 가르는 건 죽음이다. 육체를 떠난 영혼은 혼(魂)과 백(魄)으로 분리되어, 혼은 하늘로 오르
고 백은 땅에 스민다. 혼백을 불러 음식을 대접하며 추모하는 의식이 제사다. 혼백은 넋이고, 영혼의
다른 이름이다. 향을 피워 혼을 부르는 게 제사의 시작이다. 술을 따르는 건 백을 모심이다.
신위(지방 또는 사진)를 북쪽에 모신다. 모든 별들이 북극성을 중심으로 돈다는 것을 알게 된 조상들은
북쪽을 신성시하게 되었고 저승도 북쪽에 있다고 믿었다. 북쪽을 향하여 제사를 지내는 연유다. 안 되
는 여건이면 지도 방위로 생각하면 된다. 제물 세팅(setting)도 그렇다.
고서비동(考西妣東). 남자 조상은 서쪽, 여자는 동쪽에 모시라는 말이다. 양(陽)인 남자는 동쪽으로
가려하고, 음(陰)인 여자는 서쪽으로 가려하기 때문에 그리 모셔야 서로 가까워진댄다. 남좌여우다
. 고서비동과 남좌여우(男左女右)는 흥인지문과 동대문의 차이다.
경상도식 제사상
서울·경기도식 제사상
1열 좌반우갱(左飯右羹) 주식인 밥과 국을 차리되 밥은 왼쪽, 국은 오른쪽에 놓는다. 살아 계실 때
처럼 차린들 어떻겠는가. 물과 수저는 기본이다. 국수, 떡국, 송편 등도 1열이다. '밥 위에 떡' 이라는
말 들어보셨으리니 더이상의 썰(說)은 잔소리다
2열 고기, 산야가해(山野家海) 순이다. 고기가 2열을 차지하는 건 주식 다음으로 중요하기 때문
이다. 쇠고기 산적(산짐승), 돼지고기 수육(들짐승), 삶은 통닭, 조기를 올린다. 세팅은 서쪽(왼쪽)부
터. 어동육서와 닿아있다. 적(炙)은 불에 굽거나 지진 음식이다. 전(煎)은 기름에 튀긴 거고.
3열 전(煎) 쇠고기나 돼지고기가 들어간 육전, 대구나 명태, 오징어 등속을 넣은 어전, 배추나 녹
두로 부친 채전을 낸다. 육전, 어전 , 채전, 부침개 3종이다. 햄이나 동그랑땡을 육전으로 써도 된다.
4열 나물, 그리고 좌포우혜(左脯右醯) 침채, 숙채, 생채에 김을 더하고, 양 사이드에 어포와 식혜
를 올린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청장을 놓는다. 길거든 W자 형으로 배치하면 된다.
침채는 김치나 동치미 등 담근 거고, 숙채는 삶거나 익힌 나물이다. 생채는 채사시미(菜 さしみ)
라 말하면 팍 꽂힐랑가. 생채의 대표 재료는 생무다. 청장은 진하지 않은 간장, 즉 맑은 장이다.
어포는 북어를 쓴다. 참고로 제상에 자주 오르는 나물은 고사리 도라지 시금치 콩나물 취나물 무나물
이다. 나물 6종이다.
오신채(五辛菜)나 팥을 넣고, 안 넣고는 제물을 준비하는 이의 자유다. 오신채인 고추 파 마늘 생
강 부추를 터부(taboo)시 하는 건 스님들이 먹었을 때 음욕과 분노를 일으킨다는 데서 비롯된 거니까.
불가에서 말하는 오신채를 정확히 꼽자면 마늘 달래 무릇 김장파 실파다. 팥을 금제하는 건 붉은
색이 귀신을 쫓는다는 속설 때문이다. 그럼 홍동백서는 뭔가.
5열 조율이시(棗栗梨枾) 혹은 홍동백서(紅東白西) 디저트(dessert)다. 대추 밤 배 감 순으로 놓
으라는 게 조율이시다. 지역에 따라, 사람에 따라 '조율시이' 가 되기도 한다.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사람이 있어서다. 남 일에, 남의 제사에 참견 않는 게 경우거늘. 순서 바뀐들 어떠랴.
홍동백서 진설법은 글자 그대로 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에 놓으라는 말이다. 음양을 중시한
차림이다. 오행의 중앙색은 황(黃)이고, 청색은 동쪽이나 청포도 같은 과일은 가운데 놓으면 될 터.
조율이시 조율시이 홍동백서의 선택은 내키는대로 하겠지만 이건 알자.
씨가 한 개인 대추는 왕을 상징하니 처음에 놓고, 한 송이에 세 알 들어있는 밤은 삼정승을 뜻하니
두 번째고, 씨가 6개인 배나 사과는 육조판서를 나타내니 밤 다음이고, 감은 씨가 8개라 팔도관찰
사니 그 다음이었다는 것을. 포도 참외 수박처럼 씨 많은 것들은 백성이라 나중에 놓였다는 것을.
망과류라고들 부르는 '넝쿨 과일'이 씨 많다. 사과가 낀 조율이시에 망과류 3종을 더과면 8과(果)다.
5열 끝에 조과류(다식 산자 약과)를 놓고 제물 배치를 마친다. 복숭아를 제상에 올리지않는 건 요
사스런 기운을 몰아내고, 귀신을 쫓는 힘이 있어서란다. 내가 보기엔 복숭아나 키위처럼 털난 과일
은 속된 생김으로 점잖음을 덜어서 일 거다. 옥수수를 제상에 올리지 않는 이유도 같겠거니.
전라도식 제사상
어동육서(魚東肉西) 팔딱팔딱 뛰는 생선은 양이니 동쪽에 놓고 소, 돼지는 느리니 음이라 서쪽이다.
두동미서(頭東尾西) 머리는 양이고, 꼬리는 음이라. .
배남복북(背南腹北) 등은 양이고 배는 음이다. 등은 참사자(參祀者)와 마주하고 배는 신위 쪽이다.
홍동백서(紅東白西) 붉은색은 양이고, 흰색은 음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