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바람 강물소리

이청준의 별을 보여드립니다 / 박완서

13월에부는바람 2013. 8. 24. 17:58

 새벽江 혹은 13월에부는바람

 

 

이청준의 별을 보여드립니다      박완서

 

 

 

 

 

 

"그는 담 밖 세상을 눈뜨게 해 준 스승"

 

이청준은 문단 연령으로는 선배지만 살아낸 햇수로 치면 한참 후배이고, 마음으로는 스승이다.    그가

게 스승인 까닭은 한 권의 책 <<별을 보여드립니다>> 때문이다.    이 책은 1971년에 나온 이청준의

창작집이다. 마침 내가 장편 <<나목>>으로 등단한 직후였다.  나에 대한 심사평은 호평도 있었지만

이 작가는 등단작이 마지막 작품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우려도 있었다.  습작기를 거치지 않나에

그 소는 뼈 아팠다.    '여성지를 통해 나온 나에게 과연 문예지에서도 원고 청탁을 해 줄까', '청탁이 들

어온다도 거기 응할 만한가' 하는 불안과, 이왕 등단이란 걸 했으니  1년에 한두 편 정도는 문예지에

단편발표할 수 있는 작가가 됐으면 하는 욕망 사이에서 갈등할 때였다.

 

그때 내 손에 들어온 것이  그의 빼어난 단편이 무려 20 편이나 수록된  중후하고 품격 있는  <<별

드립니다>>였다.  '훌륭한 단편이란 바로 이런 거로구나' 이렇게 스스로 깨쳐가며, 감동도 하탄도

가며 이 책을 읽고 또 읽었다.  그가 초대해 준 세계에 들어가서 배회하는 사이에 개인인 욕망으로 인

불안감은,  그 때까지 주부로서의 편안한 일상을 지켜준 담 밖의 세상에 대한  눈뜸과 불안감으로 이어

졌다.   <<별을 보여드립니다>>거의 동시에 읽게 된 <<소문의 벽>> 다유된 줄 안 의 정신적인

까지 건드리면서 나를 소름돋게 했다.

 

나는 그때나 이때나 책을 많이 읽는 편이다. 활자 중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주위에 읽을 책이 없

으면 불안하고, 닥치는 대로 읽고  건지는 것도 있지만  잊어버리는 게 더 많다.          소설은 읽히기 위

있는 지 꽂아놓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빌려주기도 잘하고 안 돌려줘도 찾지

.   나 이청준의 처음 책을 아무도 안 빌려주고 여태까지 귀하게 간직하고 있는 건 초심에 대그리움

다.     등단 초기 내 마음 속엔 계속 해서 글을 쓰기 위해 좋은 스승을 찾는 마음이 간절다.  그 암

중모시기에 이청준 같은 스승을 만난 건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그의 실물을 알고 지낸 건 근

일이고, 동인문학상 심사 때문에 자주 만날 수 있었지만  그저 어렵기만 해서 함부로 대한 적이 없다

.  스승이니까.

 

이렇듯 그의 소설을 전범 삼아 단편소설을 쓸 수 있는 용기를 냈다고는 하나  그에게는 내가 넘볼 수 없

만의 높은 경지가 있었다.     평론가 김현이 <<별을 보여드립니다>>에 붙인 해설에 의하면  '그의 문장

그의 감정과 느낌을  될 수 있는 한 극단까지 절제하여  독자들에게 작가의 감정적 개입을 느끼지 않게

려는 의도로 치밀하게 쓰여져 있다.    그는 윤리적이고 고전적인 문체를 사용하여 자신을 감출 수 있는

도까지 감춘다.'       그에 비해 나는 작중인물에 감정적으로 개입하고 싶어 안달이 나서 쓰는 작가이다

.  그이가 그와 나 사이의 문체의 차이가 되어 나타나 있다고 생각한다.

 

그가 먼저 간 문단이 이렇게 크게 쓸쓸할 줄이야.    스승이 먼저 간 것은 순리일 수 있겠으나 나이로 치

를 어겼으니 살아남은 늙은이를 한없이 초라하고 부끄럽게 만든다.                          박완서. 소설가

2008. 8. 9(土)  조선일보 A19 북스면 '박완서의 친절한 책읽기' 를 새벽강이 옮기다.     11. 16(日)

 

 

 

 

선운사 / 송창식

 

 

 

 

 

 

 

 

 

 

 

 

 

 

 

 

 

 

 

 

 

 

김순심  감회가 새롭네요,,,  저의 외숙님의 흔적을  후배 시인님이 아직도 잊지 않고 남겨주신 글을  13월

부는바람님께서 올려주셔서 감사하고~      몆달전에 외숙님을 보내들릴때의 생각이 잠시 슬픔에 젖

요.... 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 행복하세요^&^                              카페 3220호실  2008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