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바람 강물소리

시 / 백영옥의 '개봉작 다이어리'

13월에부는바람 2013. 8. 25. 06:14

 새벽江 혹은 13월에부는바람

 

 

시         영옥의 '개봉작 다이어리'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 존재한다.  시를 읽는 사람과 읽지 않는 사람. 엄마는 후자다.  심지어 딸

의 책도 읽지 않는다.   내가 '고양이 산티' 라는 단편으로 등단을 했을 때, 엄마는 '산티'/평화라는 산스크

어를 알아듣지 못해, 기어이 전화기에 대고 소릴 질렀었다.       "맞아. 고양이가 삼치를 참 좋아하지.

'고삼치' 라고?"

 

엄마는 나와 영화 보는 취향도 꽤 다르다.     그런 엄마는 윤정희가 나오는 영화가 보고 싶다고 했고, 나는

창동이 연출한 영화를 보고 싶었다.  그렇게 간만에 모녀는 극장에 갔다.

 

영화를 보다가 나는 가끔씩 엄마의 눈을 힐끔거렸다.  엄마가 영화를 보고 있나, 엄마가 역시나 졸고 있지

않나?  그런데 엄마는 울고 있었다.  여자라면 울고 말게 될 영화의 마지막 장면도 아니었고, 윤정희가

나는 사람마다  "시는 어떻게 쓰나요? 시상은 어디에서 오나요?  우리 안에는 시가 감춰져 있다고 하던

?"  이런 질문을 하고 돌아다니는 대목도 아니었다.  말하자면 우리 엄마는 삶의 아름다움을 압축한 '시

' 와  손자가 저지른 성폭행 사건을 연결시키는, 영화의 다양한 복선과 도덕적 딜레마를 골몰하기에는 꽤

선적인 사람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엄마에게 물었다.   "울더라, 엄마."

 

"나도 명사가 생각 때가 많거든.  국자 들고 국자 찾으러 다니고.  세월 흐르는 게 서글퍼.  김희라 있

아.   나 젊을 때, 그 양반이 쌈질하는 역할 되게 많이 했거든.   하늘도 펄펄 날아다닐 것 같더니만, 쪼그

선…. 비아그라나 고."    "그래서 시시해?"   엄마는 고개를 저었다.

 

"여자 아가들이 훌라후프 돌리는 게  너무 예쁘지 않니?  그렇게 예쁜 아가들이 크면  사는 게 또 뻑뻑해질

데."     '시'가 추구하는 것이 아름다움이라면, 그토록 예쁜 아가들이 자라 성폭행당해 자살했다는 사실

이 엄마로선 울화가 치미는 일이었을 것이다.    "윤정희, 영화에서 30년 만에 봤는데 예뻐. 멋있게 늙었어

."   나는 나이 든 여배우의 주름에서 세월을 알아보는 엄마의 안목에 놀라서, 시 공부를 해보는 건 어떻겠

고 물어보려다, 관두었다.  엄마의 마지막 말 때문이었다.

 

"아까, 영화에 나온 시인 있잖아.   키 작고, 구수하게 생긴 아저씨.  우리 교회에서 강연했었거든.  나도 들

데."   엄마의 입에서 '김용택' 이란 이름이 나오는 순간, 예감했다.  엄마가 머지않아 '시'를 배우게 될

임을.  시집 한 권 읽지 않은 여자의 DNA에 내가 빚진 게 참 많다는 것을 말이다.    "얘, 근데 말이야.

화에 음악이 하나도 안 나오니?  너 들었니, 그 강물 소리?  어쩜 그리 슬프던지. 난 꼭 여자아이 울음

소리 같더라." (2010. 5. 17.  月   조선일보 A25면)                                     백영옥. 소설가

시    감독 이창동      주연 윤정희      개봉  2010. 5. 13 목요일      관객  2만 6000명(5월 15일 현재)

 

 

 

 

초우 / 패티김

 

 

 

 

 

 

 

 

 

 

 

 

 

 

 

 

 

 

 

 

 

 

 

 

 

 

 

 

 

 

제게 하프라인으로 가늠되는  천마의 허리께에 걸린 시화예요. 명품관 상단에 올려놔야 될 만큼 고급

한  십니다.  새벽강 혹은  13월에부는바람의 감성으로는.               새벽강의  산정 팔성 HOTEL

특실로 모십니다에서

 

 

 

 

 

 

 

 

 

 

 

 

 

 

 

 

 

 

 

 

 

 

간밤, ' 시'를 보기 위해 간 호평 싸이더스 시네마9.        40분의 여유를 무심으로 채울 생각하며 10시

20일 시간표를 확인했다.   십분 지각이다.  상영 시간이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기 때문이다.

날 본 오더하루 단 한 번, 그 타임에 시작된다고 했으니.

 

연이틀 극장에 자리한 건 처음이지 싶다.   토요일이었던 그제는 박광식 독의 '내 깡패 같은 애인'

봤다.  5천주고. 조조였으니까.   "박중훈이 자다 일어났다."는 극찬을 받은 영화.  상대역엔 정유

미.  조선일보 한현우 자는 이렇게 리뷰를 썼다.  '시장을 나서는 순간  다시 보고 싶어진 영화.'

 

오늘은 이발소에서  머리를 자르고 염색을 했다. 백발을  두려워 해야 할 양친도 아니 계신데…   건전

이발관이 사라시대라 동안 실에 다녔다.     몇 년만인지도 모르게 발견한, 대로가 훤히 내다

보이는 1층 이발소는  주소지에서 멀않은 데 있었다.    그곳에서 '시' 가 63회 칸느 영화제 각본상

을 받았다는 소식을 라디오들으며 기쁨을 더했다.  축하드린다.

 

내게 있어선  백영옥의 글이 영화보다 바이브레이션 길다.    아득한 감동을 안겨준  백영옥 작가님께

감사드린.                                                              새벽강이  2010. 5. 24(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