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江 혹은 13월에부는바람
붕어낚시 초보님께 글 쓰신 분 몰라예
경하 드리옵니다. 많고 많은 낚시중에 왜, 하필이면 붕어란 말입니까? 힘 좋고 잘생긴 잉어라든지, 아니
면 '정력'에 좋다는 비늘 없는 놈들이나, 너무 맛이 있어 혀를 깨물지 않고는 먹을 수 없다는 다굼바리라든
지… 송어 · 빙어 · 광어 · 놀래미 · 향어 · 망둥이 등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어종 중에 하필이면 붕어입
니까.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꿀 수는 없으시렵니까? 이제부터 죽는 날까지 앉으나 서나 붕어 생각, 물만
보면 붕어 모습부터 떠올리는 '꾼' 이 되심을, 떨쳐 버릴 수 없는 악연을 선택하신 귀하의 탁월한 결정에
전국 토종 붕어를 대표하여 경하 드리옵니다.
'낚시의 목적' 이것은 어디에 속한 학문입니까? 자연계? 철학? 과학? 아마도 '취미대학 생활과' 이거나, 스
트레스 해소용 잡기이거나, 전생에 붕어하고 원수진 인간들의 광적인 살생놀음인 '붕어 서바이벌 게임'은
아닐까요? 따라서 긴장 · 초조 · 궁금 다 버리시고 편하고 · 즐겁게 · 또 재미있게 즐기는 것이 목적이라고
생각 합니다. 단, 욕심은 버리십시오! '남보다 많이, 남보다 큰 놈으로…' 가 되면 즐겁기는 커녕 스트레스
만 팍팍 쌓이게 됩니다. 목적이 뭐죠? 처음부터 잘 해보려고 애쓰지 마세요. 해 보면 압니다.
'붕어라는 놈은…' 잉어목 잉어과 붕어속으로 아시아, 시베리아 유럽에 분포되어 있는 온수성 어종입니다.
번식성이 뛰어나, 산란수는 무려 4만 개에서 20만 개의 알을 여러 회에 나누어 산란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
다. 또 붕어는 적응력이 강해서 웬만큼의 오염에도 소멸되지 않는 끈질긴 생명력을 갖고 있습니다. 월척이
되려면 최소 7년 이상이 걸리고, 식성은 잡식성으로 식물성 · 동물성 · 소형 갑각류까지 못 먹는 게 없을 정
도입니다. 또한 초강력 안테나를 갖고 있어서 제주도 남쪽 먼 바다의 물결만 높아도 임진강에서 살고 있는
붕어의 입질이 끊어진다는 놀란운 사실을 믿으시렵니까?
제가 어릴때만 해도 낚시터에서는 뛰기는 커녕, 발뒷꿈치를 들고 다녔습니다. 목소리가 조금만 커도 쫓겨
나기 일쑤였고, 돌 팔매질이라도 했다간 물 속으로 수장 되어 붕어 밥이 된다는 무서운 규칙이 있었을 만
큼 놈의 경계심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또한 놈의 식성은 변화 무쌍하여 밥이 되다 · 질다 · 많다 · 적다 ·
지렁이가 싱싱하지 않다 · 너무 크다 · 너무 길다 · 냄새가 별로다 · 새우는 왜 이리 걸리적 거리는 게 많냐 ·
요즘엔 참붕어가 먹고 싶은데, 니들은 그것도 모르냐는 등등 요구 사항이 많습니다. 그래서 녀석들의 요
구가 무엇인지만 알면 초보 딱지는 뗄 수 있습니다.
낚시터에서 가만히 살펴보면 분명 초보 같은데도 장비나 도구, 복장 및 모양새가 그럴듯 하신 분들이 많
습니다. 자세도 제법 나오고, 채비 투척하는 폼도 그럴듯한데 문제는 붕어를 못 잡는다는 것 입니다. 그
리고서는 왈, "자리를 잘 못 잡았어." 라고 합니다. 낚시터에 가면 제일 먼저 살피는 게 자리 인지라 딴에
는 찾는다고 찾은 자리에서 안 되니… 어쩌겠습니까. 몇 십년 다닌 저도 마찬가지니. 그냥 그자리에서 하
십시오. 긴대 · 짧은대 · 좌 · 우 · 멀리 · 가까이 탐색하다 보면 그래도 입질은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때 다
른대는 걷고 차분히 불러 모아 즐기십시오. 그러는 것이 덜 피곤합니다. 결과는 그날 운세에다 맡기시고…
만약 옆에서 누군가 잘도 잡아내고 있다면, 조용히 가서 조용히 겸손하게 슬슬 묻는 겁니다. 대부분 자랑
삼아 얘기할 것입니다. 마치 자신이 그곳은 꽉 잡고 있는 것처럼ㅡ. 굳이 이렇게 권하는 것은 천하 없는
조사님도 처음 가는 곳에서는 초보와 비슷한 신세가 되기 마련인데, 그것은 그놈의 물속 사정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한 장소에 대해서 자신있게 말 하려면 최소한, 봄부터 겨울까지 수십 번 담궈봐야
겨우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낚시는 결국 스스로 터득하는 겁니다. 많은 현장 체험과 시행
착오를 거치다 보면 나름대로의 감각이 발달하는 것이고, 판단이 서는 겁니다. 물론 가장 기초적인 지식
과 기본 상식은 배워야 겠지요. 한가지만 부탁을 드린다면, 첫째도 조용, 둘째도 조용, 정숙한 몸가짐과
마음, 그래야 붕애가 아닌 붕어를 만난다는 사실을 명심하시고…
초심자 테크닉
테크닉을 터득하려고 밤새워 공부할 필요 없고, 경험자를 따라 가시던, 모시고 가시던, 절대 혼자나, 초보
끼리는 초행을 서두르지 마십시오. 불행히 혼자서 가시면 가서 잘 살펴 보십시오. 엉큼해 보이는 곳에
혼자 앉아서 조용히 낚시하고 있는…한두 대, 손잡이가 무릎 높이에 초릿대 끝이 물속에 콱 쳐박혀 있는…
커멓고 나이 좀 드신 분을 찾아 정중히, 조용히 옆에 앉아 담배 한 개비를 권하며 자문을 구하십시오. 그러
는 것이 가장 쉽고 빠르게 배우는 길입니다. 단, 멍텅구리(인찌끼) 낚시를 하고 있는 사람이나, 낚시대
끝이 하늘로 향한 사람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마시길… 그리고 절대로, 주인 허락 없이는 살림망을 들여다
보시면 안됩니다. 궁금해도 참으시고 스스로 보여 주게 끔 '아부'(?)를 아끼지 마시길…
'월척'이란 잡는 것이 아니고 만나는 것입니다. '월척'이란 조용한 가운데 상봉하는 것입니다. '월척'이란
'4짜'도 아니요, 30cm도 아닙니다. '월척'이란 결코 꿈이 아니고 현실입니다. '월척'이란 떠나간 애인보
다 더욱 그리운 언젠가는 반드시 만나야 할 꾼의 연인입니다. 그러나 아쉬움으로 수 없이 낚시대를 꺾지
만 결국 남는 것은 지난번 '꽝!' 친 곳으로 기어코, 또, 낚시 가는 겁니다. '월척'이란 내 마음이 비어 있을
때 찾아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