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江 혹은 13월에부는바람
기다림에 대하여
황하(黃河)강의 지류인 위수(渭水) 강변에서 곧은 낚시 물에 걸고 시대 차기를(차오르기를·이르기
를) 기다리던 사람이 있었지요. 계백 장군의 샤프한 결단력과 더불어 새벽강이 우러르는 다른 질감
의 이인(異人).
삼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인물이라는 강태공(姜太公).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그 이름. 입신하기 전엔 할 일 없이 허송세월만 보낸다고 여상(呂常), 혹은 무한정 바라보고만 있다 해서 태공망
(太空望)이라 불렸다지요. 어릴 적 선친에게 들었던, 삼천 년도 더 지난 얘길 들려 드릴게요.
그에게는 오래된 마누라가 있었지요. 서방이라고 하나 있는 것이 일흔 넘도록 무위도식으로 일관했
으니 사는 게 오죽했겠어요. 책이나 보며 고기는 잡지 않는 낚시질로 세월을 넘겼으니 말이에요. 평
생을 남의 논의 피나 훑어 연명하며 살았지요. 그러다가 바랄 것 없이 사는 게 하도 폭폭해 늙으막
에 집을 나가서 재가를 해 버렸대요.
마누라 없이도 강물 같은 날은 흘러, 훗날 주문왕(周文王)이 되는 제후 서백(西伯)이 찾아옵니다. "
무엇을 낚고 계십니까?" "세월을 낚고 있습니다." "여기는 내 땅인데 허락은 받았습니까?"
"천하비일인지천하(天下非一人之天下 천하는 한 사람의 천하가 아니라 세상 사람들의 천하이
니 천하의 이익을 함께 하는 이만이 천하를 얻을 것입니다)" 왕은 그를 태사(太師 왕의 스승이면
서 왕을 대리하여 전권을 행사하는 전천후 실력자)로 모십니다. 그렇게 그의 시대가 이르고 태공
(太公)이 되어 꽃마차를 타고 고향에 갑니다. 금의환향이라 하던가요. 그에게서 유래된 고사성어
는 아닐테지만요.
"의인(義人)을 몰라 뵜던 못난 여자를 용서해 주십시오." 그의 지나온 날들 같은 가파른 고갯마루를
넘는 행차 앞에 늙은 여인이 꿇어 엎드렸던 거예요. 진정한 뉘우침이었겠지요. 무슨 딴 생각이야 품
었겠어요. "아직도 피쪽박 신세를 못 면하셨소? 물 한 동이를 엎질러 다시 한 동이를 만들 수 있다
면 용서하리다. 여기까지가 새벽강이 소싯적(少時的)에 들은 넌픽션입니다.
그는 제(齊)나라 제후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됩니다. 강태공은 육도삼략(六韜三略)의 육도를 쓴 병
법의 시조입니다. 더불어 그가 쓴 음부경(陰符經), 태공병법(太公兵法), 태공금궤(太公金匱)는 세
계 각국 고급과정 군사전략서로 필독한대요. 한참 뒤에 손자병법을 쓴 손무(孫武)가 외우다시피 한
건 천하가 아는 사실이고. 손무뿐 아니라 귀곡자, 황석공, 제갈량 같은 걸출한 군사가들도 한결같이
강태공에게 빚지고 있지요.
또한 그는 중국 사상사에서 유일한 백가의 종사(百家宗師)로 유가(儒家), 법가(法家), 음양가(陰陽
家), 병가(兵家)의 시조로 모셔지고 있습니다. "내가 존경하는 단 한 사람은 강태공." 공자님이 배
갈 잡숫고 하신 말씀입니다. 그는 곧은 낚시로 고기를 낚았습니다. 곧은 낚시는 중국뿐 아니라 우리
나라에도 유물로 남아 있습니다. "낚싯줄에 향기로운 미끼를 달아서 쓰되, 고기가 놀라지 않도록 천천
히 하라."
복수불반(覆水不返). 150년 넘게 살고 간 태공망(太空望)을 경배하며 마지막 낚시를 가야겠어요.
낚시대를 접으려고요. 황홀한 찌올림의 라스트신은 봐야겠지요. 2004년 한여름 날
찬비. 그 옛날 적지 않게 들었던 노래지만 백뮤직으로 세팅(setting)하기 전엔 몰랐습니다. 윤정
하님의 목소리와 창법을 완벽하게 스크랩했다는 것을요. 지금은 디 엔드(the end)된 새벽강의 첫
사랑이요. 그녀가 찬비를 부른 적은 없었지만요. '잃어버린 우산' 이 18번이었던 여자예요. '나 하
나의 사람은 가고' 도 애창했음을 추억합니다. 새벽강에 파문(波紋)이 입니다.
원곡은 하수영씨가 불렀으나 윤정하씨의 노래로 더 알려진 '찬비'는 그녀가 대학생 새내기 때 레코딩
(1977)했답니다. 새벽강이 중딩카페에 '기다림에 대하여' 를 쓰다. 2004년 한여름 날
그리고 블로그에 옮겨 심은 2009년에 '찬비'를…
새벽강님의 밤낚시 모습입니다. 남포등 켜 놓고 바라보는 찌불에 그님의 소식은 있는지요! 2008 가을
천수만 갈마수로 / 소와류에서 오밤중에 사진 찍고 썰(說) 푼 이는 소와류라는 벗입니다
새벽강님의 모습입니다.. 온몸으로 밤이슬을 맞으며 낚시 하시느라 고생하시었고. 낚시 다음 날은 몹시
늙어버린 느낌이 든다는 님은 강가를 유유자적하는 늙은 날의 하루를 어떻게 보내시겠소. 2008
천수만 갈마수로 / 소와류에서 사진 찍고 썰(說) 푼 이는 소와류라는 벗이에요
밤과 아침의 사이. 그 발정기에도 찌가 몸을 뒤척이지 않음은 출조 전 이틀 연속 찬비 내려 수온 급
강하한 때문일까. 기다려도 오지 않는 님을 어이 만나랴. 날마저 춥구나. 2009. 4. 27(月)
새벽강의 음성 내곡지를 가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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