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江 혹은 13월에부는바람
남진과 비 최승현
'울려고 내가 왔나', '사랑하고 있어요', '가슴 아프게', '마음이 고와야지'… 내놓는 노래마다 각종 인
기
순위 1위를 휩쓸었다. 무대에 서면 수천명의 여성팬들이 쫓아와 발을 동동 구르며 열광했다. 자신의히트
곡과 같은 이름의 영화들이 잇따라 제작돼 은막(銀幕)의 연인으로도 떠올랐다. 여배우, 가수들과스캔들
도 뿌렸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뒤로하고 해병대에 입대했다. 1년 후, 베트남으로 파병됐다. 청룡부대
2대대 5중대 2소대원이었다. 총탄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M16 한 자루에 자신의 목숨을 의지해야 했던
그는 더 이상 가수가 아닌 소총수였다.
'한국의 엘비스 프레슬리'로 불리며 나훈아와 함께 60~70년대 가요계를 양분했던 '수퍼스타' 남진 얘기다
. 사선(死線)을 넘나들던 아찔한 순간들을 수없이 떠올리면서도 그는 "베트남에서 보냈던 군 시절은 평생
가장 잊을 수 없는 추억" 이라며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그곳에서 새로운 인생에 눈뜨기 시작했다" 고 말
했다. 그런 그는 군 생활로 인한 37개월의 공백에도 제대 직후인 71년 MBC 가수왕에 등극하며 더 큰 가
수로 성장했다. 그는 "가수로 대성하려면 군 문제부터 해결해야 된다는 생각에 동경했던 해병대에 자원
입대했다" 면서도 "하지만 긴 공백기로 인해 팬들에게 잊힐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말할 수 없이 컷다"고 털
어놓았다.
그리고 40년. 지금도 군 입대는 연예인들에게 큰 고민이다. 최근에는 톱가수일 뿐 아니라 할리우드 영화
에 출연하며 배우로서도 세계적 지명도를 얻고 있는 비(본명 정지훈)가 군 입대를 놓고 고심 중인 사실이
알려져 대중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비는 9월 28일자로 현역 입대 영장을 받아 놓은 상태. 하지만 실제
입대 여부는 불투명하다. 그의 소속사 제이튠 관계자는 "법적으로 한 차례 더 연기가 가능하다는 말을 들
었는데 과연 비가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실 연예인들에게 군 생활의 육체적 고단함은 그렇게 두려운 대상이 아니다. 밤샘을 밥 먹듯 하고, 영하
의 날씨에 반라(半裸)의 안무를 선보이거나 얼음물에 들어가 카메라 앞에 서기도 하는 이들에게 오히려
군대는 안온한 재충전의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사람들의 관심을 먹고 사는 이들이 고민하는 건 2년 안팎
의 기간 동안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베트남의 국군 소총수 남진에게도 머리 위로
날아드는 적들의 총탄보다 더 무서웠던 게 바로 연예 활동의 긴 공백기였듯이. 그래서 병역 비리를 저지
르는 연예인도 나온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못지않게 국위 선양에 큰 몫을 하고 있는 월드스타 비의 경우, 군 입대로 인한 공백
기가 더 안타깝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병역과 관련한 잘못된 선택은 그 연예인을 2년이 아니라 영
원히 대중의 의식에서 삭제시켜 버린다. 실제 그런 사례가 적지 않다. 비는 이 시대 건강한 청년의 한 표
상이다. 그에 합당한 선택을 해야 한다.
진짜 엘비스 프레슬리도 17개월간 일반 사병으로 군 복무를 했다. 그 뒤 청춘스타에서 만인의 사랑을 받
는 지구촌 영웅으로 성장했다. 군 복무를 마친 비는 더 큰 스타로 뻗어 갈 것이라 확신한다. 최승현
조선일보 엔터테인먼트부 대중문화팀장 2010. 6. 2(수) 조선일보 A30 조선데스크면
새벽강이 곱게 모셨습니다. 제목 바꾼 건 죄송요. 최승현님의 원제는 '남진의 입대, 비의 입대'
삶은 언뜻언뜻 드러나는 푸른 하늘 같은 것이지 새벽강의 백봉산(2010)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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