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이 흐르는 江

슈만 연가곡 '시인의 사랑' 중 첫곡, 아름다운 오월에

13월에부는바람 2013. 8. 24. 19:39

 새벽江 혹은 13월에부는바람

 

 

Schuman  Dichterliebe,  part 1

Im wunderschonen Monat Mai

 

 

 

 

 

 

Im wunderschonen Monat Mai                   아름다운 5월에

Als alle knospen sprangen                      꽃봉우리들이 모두 피어났을 때

Da ist in meinem Herzen                        나의 마음 속에도

Die Liebe aufgegangen                          사랑의 꽃이 피어났네

 

Im wunderschonen Monat Mai                   아름다운 5월에

Ais alle Vogel sangen                                    새들이 모두 노래할 때

Da hab' ich ihr gestanden                               나도 그 사람에게 고백했네

Mein Sehnen und Verlangen                             초조한 마음과 소원을

 

 

 

 

아름다운 오월에 / 바리톤 최현수

(Niel Goren, piano)

 

 

 

 

 

 

 

 

 

 

흐르는 곡,  바리톤 최현수    Niel Goren, piano              예술의전당 리사이틀 실황    1995. 4. 12(수)

 

 

독일의 겨울은 길어서 세상은 여러 달 회색으로 덮이고, 오월이 되면 일제히 들의 꽃이 피기 시작하

며 새가 노래한다.     이 'wunderschonen' 이라는 말은 독일어의 독자적인 말로서 단지 아름답다고

뿐만 아니라,  무엇인가 가슴이 뛰는 듯한  정서적 기분을  지니고 있어  우리말로는  도저히  제대로

기 힘들다.      피아노 부분은  참으로 멋있고, 사랑의 번민을  끝내 그녀에게 고백하는 가슴의 고동

전하게 하며 5의 향기로움이 떠돈다.                                                 카페에서

 

 

무심의 찌 한 쌍이 거릴 두고 마주 서 있습니다                 새벽강의  음성 내곡지를 가다(2009)에서

 

 

 

 

 

 

 

 

 

 

5월이 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노래가  슈만(Robert Schuman 1810―1856)의 연가곡   '시인의 사

랑' 의 첫곡 '아름다운 5월에' 다.    슈만에게 1840년은 잊을 수 없는 한해였다.  가곡의 해로 불릴만

수 많은 가곡이 그를 통해 쏟아져 나왔다.   그뿐 아니라 오랫동안 갈망하던 클라라와의 결혼을  마

내  성사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해 작곡된 노래들은  클라라에 대한 갈망과 정열이 분수처럼

치솟는 사랑의 노래인 거다.

 

슈만의 음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분위기다.  느낌을 통해 분위기를 터득하지 못한다면 그의 음

악을  끝내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슈만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 자신이 경험한 그때그때의 독특한

분위기를  음악에  담았다.   그렇기 때문에  슈만의 음악에서는 그의 일생이 느껴진다.  '음악일기'라고

해도 좋겠다.

 

슈만의 가곡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은  비크 교수의 딸 클라라를 사랑하면서일 것이다.  길고 지루

기다림 끝에 결혼에 골인한  1840년, 그의 가곡은 절정에 이르렀다.    낮에는  법대생으로 밤이면

악학도가 되어야 하는 이중생활을 하던 20세의 슈만은 어머니에게 편지를  썼다.   무언가 한가지

만 해야겠다는.   슈만의 장래를 생각한 어머니는  더 이상 고민에  빠지지 않기를  바라며,  그 당시

아노 선생으로 이름을 떨치던 비크 교수를 찾아갔다.   어머니는 슈만이 법률 공부를 그만두고 피아

만 열중하게 힘을 보탰다.

 

비크 교수에게는 총명하고 예지 넘치는 어여쁜 딸 클라라가 있었다.  비크 교수 집에 기거하는 제자가

된  슈만은 자연스럽게  클라라와 친하게 되었다.  당시 클라라의 나이는 11세였기에  두 사람은 오누

이 관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슈만이 손가락을 다쳐 피아노를  포기하고 작곡에 전념하게 된다.  그

것을 계기로 클라라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고  두 사람의 사랑이 시작되었다.

 

아버지와 함께한 파리 연주에서 크게 성공을 거두고 돌아온 클라라를  보는 순간 슈만의 눈에는 그녀

성숙한  여인으로 보였다.  클라라는 16세였다.  슈만은 25세였으며. 1834년이었다.  그해 여름 킆라라

가 다시 연주여행을 떠나게 되었을 때  두 사람은 처음으로 이별의 아픔을  느꼈다.  거기엔 뜨거운 사

도 섞여 있었다.    딸과 제자의 관계를 알게 된 비크 교수는 귀한 딸을  슈만에게 맡길 수 없다며

클라라를 드레스덴으로 보내버렸다.

 

그래도 슈만과 클라라는 비밀한 사랑의 편지를 주고받으며  영원한 사랑을 약속했다.  클라라가 18세

되던 해 슈만은 비크 교수에게 정식으로 청혼한다. 스승은 냉정히 거절하고 딸을 데리고 떠난다.  그렇

게  소식조차 끊긴 채로 반년이 지난다.  하지만 어떤 고난도 참고 견디어 온  그 둘의 사랑은 어만

갔다.   그리하여  사제지간이면서  부녀지간임에도 결국 법정에  서게  되는 지경에 이른다.  비크 교

는  법정에서  슈만을 알콜 중독자로 몰아치며 끝까지 반대의사를  굽히지 않았지만  멘델스존을  비롯

한 많은  친구들의 진실된 후원으로  법원은  두 연인에게 승소판결을 내린다.  1840년.   그해 9월 12

일 양인은  조촐한 결혼식을  치룬다.    비크 교수는 불참했지만 7년의 기다림이 준 사랑의 감격이었

다. 부보의 반대로 인해 어려운 여건, 어려운 생활이었지만 부부가 된 두 사람은 행복했다.

 

시시각각 느껴지는 감격을  주체할 수 없던 슈만은  사랑으로 범벅된 주옥같은 가곡들을 작곡해서  클라

에게  헌정한다.   가곡의 해로 불리는  1849년,  '미르테의 꽃'  '여인이 사랑과 생애'  그리고 최대

걸작인 '시인이 사랑' 등 일련의 연가곡집을  비롯해  많은 작품이 태어났다.   이 가곡들은 그 둘의 

속에서 무르익은 열매이지만  두 사람만의 차원을  넘어  독일 가곡사에  찬란한 금자탑을  세웠다.

 

모짜르트부터  베토벤을 거쳐  슈베르트에서 진수를  보여 준  독일 가곡의 묘미를  슈만은 한걸음 더 나아

가  시와  음악의  완전한 결합에  크게  공헌했다.  그 중 '아름다운 5월에'로  시작되는 '시인의 사랑'은

술을 매개로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사랑 노래다.  듣는 이의 가슴을 구석구석 흥건히 적신다.

 

슈베르트의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겨울 나그네' 와  함께  연가곡의 정점을 이루는  '시인의 사랑'

은  하이네의 시집 '노래의 책'에서 뽑은 시 16수로 만들었다.    슈만이 하이네의 시를  택한 것은 하

이네가 겪었던 사랑의 아픔이  자신의  체험처럼 느껴져서다.   그러나 슈만의 사랑은  하이네와 다

르게  행복한 결실을 맺어 묘한 균형을  이룬다.    16곡으로 이루어진 '시인의 사랑'  먼저  6곡은 사랑

쁨을  노래한다.   7곡부터 14곡은 실연의 아픔이고, 마지막  2곡은 지나가버린 청춘에 대한 동경

다.    첫 곡 '아름다운 5월에' 싹튼 사랑은  사랑의 매장인 '불쾌한 옛 노래'로 끝난다.  헛된 노래를

관에 넣어 바다에 가라앉혀 버리는 망각의 기원으로 끝난다.

 

'아름다운  5월에    모든 꽃들이 만발할 때    내 마음 속에    사랑이 눈을  떴네'    첫 곡은 조성이 불안

정하다.    그 불안정에 동경과 설렘이 출렁이면서 서정이 흐른다.    사랑이 움틀 때의 정서인 거다.

마지막 두 곡에서는 덧없는 세월의 허무를  시간에 묻어버리는 망각의 침잠이다.    시의 내용  따라

음악의 정서도 끊임없이 변한다.

 

아름답고 감동스러운 예술을  낳은 사랑이이었지만,  그 사랑은  슈만이 정신착란 증세를 보인  1853

에 끝났다. 결혼한지 13년 만이었다.  연후  슈만은 라인강  투신을 거쳐  46로 세상을  떠났다(1856).

현실의 사랑은  짧게 마쳐야 했지만, 남은 클라라의 가슴에는  슈만이 영원히 살아있었다.  클라라는

40년을 더 살았다.   다섯 자녀를 키우며  전 세계에 슈만의 음악을 알렸다.   슈만의 제자인 브람

와 한때 염문설이 돌기도 했지만  클라라는 끝까지 슈만과의 사랑을 간직하며 수절했다.      슈만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은  그들의 관계를  떠나서 생각할 수 없다.     아름다운 5월에 사랑을 하는 모든

이들의 노래이기도 하다.                                                                   카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