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바람 강물소리

어느새 엄마처럼 살고 있는 나 / 신중선

13월에부는바람 2013. 9. 6. 00:15

 새벽江 혹은 13월에부는바람

 

 

어느새 엄마처럼 살고 있는 나         신중선

 

 

 

 

 

 

"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이 땅의 딸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여기엔 자식을 위해 무조건 희생하지

않고 노후에도 독자적인 삶을 영위하면서 여유롭에 살겠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그러나 결혼해서 아이

아 기르고 세월이 흐르다 보면 어느새 엄마와 똑같이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온 얼굴 가득 주

투성이인 내 엄마….

 

내가 기억하는 젊은 시절의 엄마는 씩씩했다.   치맛자락을 휘날리며 자식들의 학교를 안방처럼 드나들었

, 여섯이나 되는 자식 어느 하나도 소홀하지 않았다.   엄마의 바람대로 자식들은 무난히 자라줬고 다들

가를 이뤘다. 그러나 지금 엄마의 입술은 굳게 닫혀있다.  전 재산이랄 수 있는 집까지 처분해서 당신이

장 사랑하는 자식에게 간 것은 눈감을 때까지 그곳에서 오순도순 살자는 의미였을 터이다.

 

몇 차례 입원과 퇴원을 거치면서 엄마의 몸은 쇠락해졌다.   엄마는 걷지도 않으려 하고 침대에만 누워 있

.  화장실 갈 때나 비로소 몸을 일으킨다.  텔레비전도 보지 않고 책도 읽지 않는다. 그냥 반듯하게 누워

천장만 바라보고 있지만 정신만큼은 아직 총명하다.    온종일 엄마가 보는 사람이라곤 간병인 뿐이다.

에도 엄마는 그 집에서 살고 싶어 한다. 요양병원으로 가는 것은 굳게 거부하고 있다.

 

요는 사랑하는 자식과 한집에서 살고 싶은 거다.   그런 엄마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가슴이 메어

다.  그런 날이면 나는 맹세한다.  "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그러나 왠지 자신이 없어진다.  우리

마라고 예전에 그런 맹세를 하지 않았겠는가.                                                             신중선. 소설가.

2011. 1. 3(月)  조선일보 A21 문화면  '일사일언(一事一言)' 을  새벽강이 옮겨 적다.     1. 11(화)

 

 

 

 

사랑의 굴레 / 임희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