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바람 강물소리

2박3일 여행에선 절대 안 보이는 것들 / 밥장 장석원

13월에부는바람 2013. 8. 30. 11:36

 새벽江 혹은 13월에부는바람

 

 

2박3일 여행에선 절대 안 보이는 것들         장석원

 

 

 

 

 

 

"뭐 볼 게 있다고 통영에 석 달이나 있어? 2박3일이면 충분하겠구먼.."  통영에 내려온 지 한 달이 넘었다.

 

친구들은 서울에 안 올라오고 뭐 하느냐고 묻는다.    대답 대신 만약 내가 보라카이나 뉴칼레도니아에 있

면 어떻겠냐고 물어본다. 돈과 시간이 된다면 석 달도 모자란다며 실컷 놀다 오라고 했을 거라 한다. 거

나 통영이나 뭐가 다르냐고 되물어보면  '에이. 통영은 가깝잖아.  마음만 먹으면 하루면 가는데 뭐하러

래 있어' 라고 대답한다.

 

이제 지방 어디를 가도 도로가 잘 되어 있다. 웬만한 곳은 반나절이면 갈 수 있다.  여행 일정도 길게 잡지

는다.  그러다 보니 여행지에서 보내는 시간은 되레 짧아진다.   유명한 관광지들은 성미 급한 여행객들

입맛에 맞춰 이미 시스템을 갖췄다.   먼저 커다란 주차장이 나온다. 매표소까지 막걸리와 파전을 파는

토속 음식점들이 줄을 잇는다.   매표소를 지나 포장된 도로를 따라가면 관광지가 나온다.  거기서 인증

찍고 시 주차장으로 돌아오면 끝이다.   이렇게 몇 군데 돌아다니고 인터넷에 올라온 맛집에 들러 밥 먹

고 나면 행이 마무리된다.

 

통영도 마찬가지다.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를 타고 통영에 온다.  점심으로 충무김밥을 먹는다. 케이블카

타고 통영시를 내려다본다. 산양일주도로를 달려 달아공원에서 석양을 본다. 항구로 돌아와 회를 먹는

다. 그리고 여행 알차게 했다며 뿌듯해한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제 좀 다른 게 보인다.   통영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는 족발집이 보인다.  매립으로 육지 속에 들

온 작은 섬이 보인다.  그리고 평생 옻을 만져 나무뿌리처럼 변한 소목장의 손도 보인다.           장석원

 

필명 밥장, 일러스트레이터      2010. 8. 27(금)  조선일보 A24 문화면 중하단 '일사일언(一事一言)'

'2박 3일  여행에선 절대 안 보이는 것들'을  새벽강이 옮겨 적고 편집하다.             2011. 1. 4(화)

 

 

 

 

가고파 / 테너 이인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