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바람 강물소리

수퍼스타를 부르는 세상 / 윤평중

13월에부는바람 2013. 8. 31. 04:33

 새벽江 혹은 13월에부는바람

 

 

수퍼스타를 부르는 세상         윤평중

 

 

 

 

 

 

키 163cm 중졸 허각의 인생역전 우승.    그러나 순간의

판타지가 끝나면  영원한 회색의 리얼리티가 재개된다

 

한 케이블 방송의 가수 선발 프로그램이 화제다.  매주 시청률 신기록을 경신한 '슈퍼스타 K 시즌2' 는 '한

의 폴 포츠' 허각(25세)이 우승하면서 대단원을 맺었다.  130만명이 넘는 참가자가 겨룬 몇 개월의 대장

정 끝에 그가 '마지막 11명'에 진입했을 때 허각의 우승 가능성에 주목한 이는 거의 없었다.  그가 '최후의

3인'에 포함되었을 때조차 허각은 '탈락 1순위'로 거론되었다.    노래는 잘하지만, 키 163cm에 중졸 학력

환풍기 수리공인 평범하기 그지없는 청년의 스타성이 경쟁자들에 비해 너무 쳐져 보였기 때문이다. 그

던 그가 '최후의 3인' 중 가장 먼저 결승에 오르더니 기어코 '일생일대의 사고를 치고' 만다.

 

심사위원 평가 30%,  시청자 투표의 반영 비율이 70%를 점하는 상황에서  노래를 뺀  '스펙'이 거의 없는

그의 처지는 크게 불리했다.   훨씬 준수한 인물에 학력까지 좋은 데다 노래도 잘해 대중적 호소력을

경쟁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래만은 내가 최고' 라는 자신의 말을 입증하는 폭발적 가창력을

어 선보이면서 최후의 승자가 된 허각의 뜨거운 눈물 앞에 시청자들은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라마보다 더 극적인 인생역전 이야기에 큰 대리만족을 체험한 것이다.

 

'키 작고 못생겼다는 이유로  기획사 오디션에서조차 노래 부를 기회를 얻지 못한'  불공평의 바다를 오직

실력 하나로 헤쳐나간 이력이 "공정사회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고 극찬한 사람도 있었다.   촌철살인의 독

설로 유명한 심사위원조차 허각의 도전이 "희망과 용기를 보여주었다" 고 할 정도였다.

 

여기서 일단  흥분을 절제해 '이 감동적인 성공담이 판타지인가, 아니면 리얼리티인가?" 라는 질문을 던져

보자.   천신만고 끝에 우승한 허각이 상금 2억원과 고급 차에 음반 발매의 기회까지 잡은 건 물론 실화다.

세 살 때  엄마와 헤어졌고, 상금으로 아빠, 쌍둥이 형과 같이 살 거처를 장만하겠다며 울먹이는 주인공은

피와 살을 가진 실존인물인 것이다.    출연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쫓아 무대 위뿐 아니라 무대 뒤와 막간

벌어진 일상의 편린을 재구성해 보여준 방송 전략은 그들도 우리 같이 평범한 사람임을 시청자에게 실

감시켰다.

 

시청률 대박의 성공신화는 그저 얻은 게 아니다.   누구나 비슷한 평범한 일상 속에 잠긴 출연자들의 민얼

을 그대로 드러내는 전략은 우리와 그들의 동류의식을 일깨운다.    엎치락뒤치락하는 경쟁과정에서 승

가려지며 승자에게 조명이 집중되는 것도 사회생활을 빼닮았다.   효과적인 방식으로 시청자들의 감

이입을 끌어낸 요체는 여기에 있다. 여기까지가 리얼리티다.

 

그러나 '슈퍼스타 K 이야기'가 진짜 사회와 다른 점도 적지 않다.  경쟁자들이 우여곡절 끝에 평범함의

질을 벗고 비범함의 단계로 진화해 가는 편재는 다분히 판타지의 색깔을 띤다.     최종 경연(競演)의 탈락

들이 오히려 생존자를 진심으로 축복할 수 있는 건 탈락자 자신이 이미 가수의 반열에 진입했기 때문이

그들은 더 이상 시정의 장삼이사(張三李四)가 아니라, 준(準) 연예인이 된 것이다. 젊어서이기도 하

지만, 꿈이 바로 앞에 있는 관계로 그렇게 서로 너그러울 수 있는 것이기도 할 터이다.

 

그러나 진짜 세상은 너그럽지 않다.    이 말은 청춘의 순수함을 냉소하는 게 아니라, '슈퍼스타 K'의 구도

체가 '시작은 미미하나 끝은 창대한' 단막극적 목적론에 의해 규정되기 때문이다.  상업적 이익을 지향

하는 정교한 문화산업의 논리가 작동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슈퍼스타 K 시즌2' 의 주말이 끝난 뒤, 항상 그랬던 것처럼 일상이 다시 시작된다.     내년에 더 찬란한 모

으로 '시즌3' 가 등장할 때까지다.    순간의 총천연색 판타지가 끝난 후 영원한 회색의 리얼리티가 재개

이다.     이 '판타지 리얼리티쇼' 에 열광한 시민도 그렇지만 우승자에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프로

가요계의 냉혹한 현실만이 그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모든 단상(斷想)에도 불구하고 메마

른 우리의 가슴을 적시는 수퍼스타의 출현은 때로 얼마나 소중한가!      '수퍼스타 허각' 이 심금을 울리

초심(心)의 노래로 차가운 세상을 조금이나마 덥히길 바랄 뿐이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

 

2010. 10. 26(화)  조선일보 A34  오피니언면 박스 '아침논단' 을 새벽강이 옮기다.    2011. 1. 5(수)

필자의 원고는 신문사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답니다.

 

 

 

 

언제나(슈퍼스타 K 시즌2 우승곡) / 허각

 

 

 

 

언제나(슈퍼스타 K 시즌2 우승곡) / 허각(본명 송승헌)

 

 

 

 

허각.  본명  송승헌     163cm,  75kg(1985. 1. 5일 생)    가족은 아빠와, 쌍둥이 허공     디지털 싱글

'언제나' 로  데뷔했다(2010).                                                                              언제나 / 허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