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江 혹은 13월에부는바람
울고 싶어라 이남이
이남이 글과 곡
울고 싶어라 울고 싶어라 이 마음
사랑은 가고 친구도 가고
모두 다 왜 가야만 하니
왜 가야만 하니 왜 가니
수 많은 시절 아름다운 시절 잊었니
떠나보면 알거야 아마 알거야(반복)
왜 가야만 하니 왜 가야만 하니 왜 가니
수 많은 시절 아름다운 시절 잊었니
떠나보면 알거야 아마 알거야(반복 6회)
울고 싶어라 / 이남이(1988)
이남이. 강원도 한림대학교의료원 춘천성심병원에서 2개월간 폐암과 싸우다 62년의 고단한 삶을
끝내다. 이른 오후. 2010. 1. 29(금)
누구나 잠시 흙에서 왔다가 흙으로 돌아가는 인생이지만, 그는 병마의 고통에서 울고 좀 일찍 떠남에
서러워 울었던 모양이다. 한때 나도 절망의 길에서 가슴으로 울어왔던 울음, 소리내어 울고 싶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장석대
'울고 싶어라' 는 지난 달(2010년 1월) 폐암으로 고인이 된 가수 이남이의 히트송이다. "이놈의 암
이 사람을 잡는 구나"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한 말이라고 한다. 그 말 앞에도 뒤에도 어울리는
말이 '울고 싶어라' 무엇이 그리도 울 일이 많았을까? 뭐가 그리 가슴에 응어리진 것이 많았을까?
1988년 봄, 전국은 삽시간에 눈물바다가 되고 말았다. 코흘리개 꼬마에서 수염이 희끗한 노인에 이
르기까지 목놓아 '울고 싶어라' 를 외쳤다.
찌그러진 벙거지, 남루한 옷차림, 동그란 안경테 너머로 허멀겋게 풀어진 눈동자, 엉성한 콧수염…
분장술이 제 아무리 발달했다 한들 그보다 더 기막힌 거지는 없었을 것이다. 그 몰골에 빈 강통 하
나만 턱 차면 영락없이 한 끼 얻어먹기 위해 길거리에 나선, 완벽한 거지였다. 이토록 폼없는 가
수가 온몸을 비틀며, 오만상을 지으며 주문을 외우듯 부르는 노래에 우리들은 옴쭉 달싹 못했다.
영악한 사람들이 왜 그토록 빈틈투성이인 한 가수의 최면에 걸려들었을까? 아마도 개개인의 삶의
뒤켠에 말 못할 사연들이, 아마 몇날 며칠 밤을 새워 울어도 모자랄 눈물이 그만큼 고여 있었기 때문
이 아닐까. 그 시절 모든 사람들의 가슴속엔 울고 싶다는 마음이 공통분모로 자리 잡고 있었다는 이야
기이다. 그렇다면 그 시절 왜 가슴속엔 그렇게 울고 싶은 마음이 똬리를 틀었을까?
1988년은 6공화국이 본격 출범한 해다. 1987년 12월, 노태우 대통령이 13대 대통령에 오르며 1988
년은 민주화 물결로 봇물이 터졌다. 사상 첫 여소야대 국회 탄생, 올림픽 개최, 5공 비리 척결을 위
한 청문회, 통일논의 개방 등 독재와 부정비리로 뒤범벅된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상과 가치관
을 창출해 내려는 국민의 요구가 '민주화' 라는 기치(旗幟) 아래 마구 터져 나왔다.
억눌린 욕구의 일시적 분출은 계층별, 직능별, 혹은 지역별 이익집단의 시위, 점거농성 등 집단적 민
원의 양상을 낳기도 했다. 특히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은 근로자, 해직공무원, 농민, 재개발지구 세입
자 등 온갖 민원 집단의 시위로 1년 내내 몸살을 앓았다. 질곡 속에 누적되었다가 한꺼번에 쏟아
지는 각자의 목소리는 결국 그만한 무게의 울음을 그동안 감추고 살아왔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울고 싶어라' 는 자신에게 눈물을 가져다준 세상에 대한 불만의 표시이며 무언의 항거였다. 또 과거
암울했던 시대에 살이 곪고 터져도 삿대질 한 번 못하고 안으로만 삭여온 못난 자신에 대한 자아비
판이며 학대이기도 했다. 또 '울고 싶어라' 를 외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세상이 형식적이기는 하
지만 자유로워졌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 나사 풀린 모습으로 악을 고래고래 써대는 이남이의 모습은
일정한 틀에 알게 모르게 길들여진 사람들에겐 신선한 파격이었다.
이곡을 부를 당시 이남이의 나이는 마흔 한 살이었다. 가수들에게 모든 노래는 분신이라고 할 수 있
다. 가수 이남이는 '장미' '한동안 뜸했었지' 등이 히트한 그룹 '사랑과 평화'의 멤버였는데, 폭발적
인 인기를 얻던 1980년, 연예계에 불어 온 사회정화 차원에서 된서리를 맞았다. 이남이도 대마초
흡연에 연루되어 서대문 구치소에 두 달간 들어갔다 나왔다. 방송 출연정지 등으로 노래조차 못 부르
는 신세에, 허탈감과 좌절감에 빠져 지내면서 당시 출연하던 '무겐나이트클럽' 무대에 올라 마지막
노래를 즉흥적으로 불렀는데, 그 노래가 '울고 싶어라' 이다.
사실 이 노래는 어떤 여가수에게 주었었는데, 히트를 못하고 1986년에 다시 결성된 '사랑과 평화'의
재기 앨범의 맨 마지막에 수록된 '울고 싶어라' 이다. 이 앨범은 1988년 발매되어 대 히트를 하며
온 국민들을 '울고 싶어라' 하며 울게 만들었다. … 수많은 시절 아름다운 시절 잊었니 떠나보면
알거야 아마 알거야… 노래하는 그의 모습이 떠오른다. 팬의 한 사람으로 명복을 빌며. 박하
. 산문과 시학 카페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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