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이 흐르는 江

울고 싶어라 / 이남이

13월에부는바람 2011. 1. 10. 15:22

 새벽江 혹은 13월에부는바람

 

 

울고 싶어라         이남이

 

이남이 글과 곡

 

 

 

 

 

울고 싶어라  울고 싶어라  이 마음

사랑은 가고  친구도 가고

모두 다  왜 가야만 하니

왜 가야만 하니  왜 가니

 

수 많은 시절  아름다운 시절  잊었니

떠나보면 알거야  아마 알거야(반복)

 

왜 가야만 하니  왜 가야만 하니  왜 가니

수 많은 시절  아름다운 시절  잊었니

떠나보면 알거야  아마 알거야(반복 6회)

 

 

 

 

울고 싶어라 / 이남이(1988)

 

 

 

 

 

 

 

 

 

 

 

 

이남이.  강원도 한림대학교의료원 춘천성심병원에서  2개월간 폐암과 싸우다  62년의 고단한  삶을

끝내다. 이른 오후.                                                                    2010. 1. 29(금)

 

 

 

 

 

 

 

 

 

 

누구나  잠시  흙에서 왔다가  흙으로 돌아가는 인생이지만, 그는 병마의 고통에서 울고  좀 일찍 떠남에

러워  울었던 모양이다.     한때 나도 절망의 길에서  가슴으로  울어왔던  울음, 소리내어 울고 싶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장석대

 

 

'울고 싶어라' 는  지난 달(2010년 1월) 폐암으로  고인이 된 가수  이남이의 히트송이다.   "이놈의

사람을 잡는 구나"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한 말이라고 한다.     그 말 앞에도 뒤에도 어울리는

이 '울고 싶어라'   무엇이 그리도  울 일이 많았을까?  뭐가 그리  가슴에 응어리진 것이 많았을까?

1988년 봄, 전국은 삽시간에 눈물바다가 되고 말았다.   코흘리개 꼬마에서 수염이 희끗한  노인에 이

기까지 목놓아 '울고 싶어라' 를  외쳤다.

 

찌그러진 벙거지,  남루한 옷차림,  동그란  안경테 너머로 허멀겋게  풀어진 눈동자,  엉성한 콧수염…

분장술이  제 아무리 발달했다 한들 그보다 더 기막힌 거지는 없었을 것이다.   그 몰골에  빈 강통 하

만 턱 차면  영락없이 한 끼 얻어먹기 위해  길거리에 나선, 완벽한 거지였다.  이토록 폼없는 가

수가 온몸을 비틀며, 오만상을 지으며 주문을 외우듯 부르는 노래에 우리들은 옴쭉 달싹 못했다.

 

영악한 사람들이  왜 그토록 빈틈투성이인 한 가수의 최면에 걸려들었을까?   아마도 개개인의 삶의

켠에 말 못할 사연들이, 아마 몇날 며칠 밤을 새워 울어도 모자랄 눈물이 그만큼 고여 있었기 때문

이 아닐까.  그 시절  모든 사람들의 가슴속엔 울고 싶다는 마음이 공통분모로 자리 잡고 있었다는 이야

기이다.  그렇다면 그 시절 왜 가슴속엔 그렇게 울고 싶은 마음이 똬리를 틀었을까?

 

1988년은  6공화국이 본격 출범한 해다.  1987년 12월, 노태우 대통령이 13대 대통령에 오르며 1988

년은  민주화 물결로 봇물이 터졌다.   사상 첫 여소야대 국회 탄생, 올림픽 개최, 5공 비리 척결을 위

청문회, 통일논의 개방 등  독재와 부정비리로 뒤범벅된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상과 가치관

을 창출해 내려는 국민의 요구가  '민주화' 라는 기치(旗) 아래  마구 터져 나왔다.

 

억눌린 욕구의 일시적  분출은  계층별, 직능별, 혹은 지역별  이익집단의 시위, 점거농성 등  집단적 민

의 양상을  낳기도 했다.   특히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은 근로자, 해직공무원, 농민, 재개발지구 세입

등 온갖 민원 집단의 시위로 1년 내내 몸살을 앓았다.    질곡 속에 누적되었다가 한꺼번에 쏟아

는 각자의 목소리는 결국 그만한 무게의 울음을 그동안 감추고 살아왔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울고 싶어라' 는 자신에게 눈물을 가져다준 세상에 대한 불만의 표시이며 무언의 항거였다.  또 과거

암울했던 시대에 살이 곪고 터져도 삿대질 한 번 못하고 안으로만 삭여온  못난 자신에 대한  자아

이며 학대이기도 했다.   또 '울고 싶어라' 를 외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세상이 형식적이기는 하

만 자유로워졌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 나사 풀린 모습으로 악을  고래고래 써대는 이남이의 모습은

일정한 틀에 알게 모르게 길들여진 사람들에겐 신선한 파격이었다.

 

이곡을  부를  당시 이남이의 나이는 마흔 한 살이었다.   가수들에게 모든 노래는 분신이라고 할 수 있

.    가수 이남이는 '장미'  '한동안 뜸했었지' 등이 히트한  그룹 '사랑과 평화'의 멤버였는데, 폭발적

인기를 얻던 1980년, 연예계에 불어 온 사회정화 차원에서 된서리를  맞았다.  이남이도 대마초

흡연에 연루되어 서대문 구치소에 두 달간 들어갔다 나왔다.   방송 출연정지 등으로  노래조차 못 부르

신세에, 허탈감과  좌절감에 빠져 지내면서  당시 출연하던 '무겐나이트클럽' 무대에 올라  마지막

노래를 즉흥적으로 불렀는데, 그 노래가 '울고 싶어라' 이다.

 

사실 이 노래는 어떤 여가수에게 주었었는데, 히트를 못하고 1986년에 다시 결성된 '사랑과 평화'의

재기 앨범의 맨 마지막에 수록된  '울고 싶어라' 이다.  이 앨범은 1988년 발매되어  대 히트를 하며

온 국민들을  '울고 싶어라' 하며 울게 만들었다.     … 수많은 시절  아름다운 시절  잊었니   떠나보면

알거야   아마 알거야…    노래하는  그의 모습이 떠오른다.  팬의 한 사람으로 명복을 빌며.      박하

.                                                                              산문과 시학 카페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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