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江 혹은 13월에부는바람
어사님 뫼시고 시란 무엇인가를
암하노불(岩下老佛)
행운유수(行雲流水)
어찌 필설로 다 표현 할 수 있으리까 그런 님을
사태지는 그리움 묻으며 사시지예
님이여 무심의 찌 세울 날 기다릴래요
먼저 처음이자 마지막인 행시 해설부터 하겠습니다. 암하노불, 사전에선 같은 뜻인 암하고불(岩下
古佛)에 치중돼 있을 겁니다. 제가 '노불'을 선택한 건 어감이 낫고, 직접적 어의가 사적 취향에
맞아서예요. 딕셔너리에선 행운유수 포함된 튤립사랑님의 꼬리글과 같을 거구요. "바위 밑에 늙은
부처 ~ ~ 바람처럼 물처럼 변화무쌍하다는 말인데.. ㅎ..ㅎㅎ 암하노불은 강원도 사람을 일컫는 말
이라지요?" 아, 딕셔너리(dictionary). 사전의 영어화입니다.
제 시의 암하노불은 바위 아래 늙은 부처, 즉 득도한 노승의 이미지예요. 세사를 달관한, 잔말 필요치
않은, 모든 걸 미소로 품는 그런. 우리 어사님을 형상화 한 거지요. 이런 해설서 쓰다 문득 짜증이 일
어남은 새벽강이 숙성이 덜 되어서겠지요. 첨에 쇼트하게 말할 때 못 알아듣고 다시 입 열어 길
게 말하면 남자가 말이 많다, 헌말 하고 또 하고 또 한다, 피곤한 스타일이다, 넘 까다롭다 그러잖
아요. 씨이다. 메에렁 메렁이다.
직역과 의역에 대한 설명부터 해야 되나. 아 힘들다. 레벨을 어디에 맞춰야 하나요. 직역(直譯)
, 글자 그대로 풀이한다는 뜻인 건 우리님 다 아실 거예요. 그럼 영어로 한 번 해볼까요. 'woman in
love' 이 잉글리쉬를 직역하실 님 나오실래요. 아무도 안 나오시는군요. 알면서… 사랑 안에 있는
여자? 아무래도 부적절한 감 오지요. 이럴 때 어떤 우리 말로 풀어내야 어울릴까요.
'사랑에 빠진 여자'라 하면 끄덕여지나요. 그게 직, 의역(意譯)의 차이일 것입니다. 새벽강 생각.
우리말에 대한 이해가 덜 할 땐 어떤 문제에 부딪칠까요. '사랑에 빠진 여자'를 영역하는 예 들면
이해 빠르겠지요. 알고 나면 쉬운 것을.
행운유수(行雲流水)는요, 구름이 떠가고 새벽강이 흘러가듯 짜짜로니 하다는 뜻입니다. 자연스럽다
는. 우리 어사님이 그렇게 물처럼 바람처럼 부딪침 없고, 걸림 없는 분이라고요. '자연스럽게… 짜
짜로니' 그 카필 기억하시는 우리 님 계시리. 향기 누님, 카핀, 아니 카피가 광고라는 건 아시지예
.
필설로는예, 말이난 글로. '그런 님을' 뒤에 배치한 건요, 삼행이 '어' 운(韻)으로 시작 되어서가 아니
라, 의도된 도치예요. 글의 음악성을 고려한. 너무 자주 도치를 사용한다면 식상해져 맛 떨어지겠죠.
둑이나 쌓인 눈 같은 게 무너져 내리는 걸 사태라 한다. 그 단어까지 설명하니 촌놈이겠지요. '사태
지는 그리움 묻으며 사시지예' 잊으려해도 밀물져오는 그리움이라 할까요. 사태지는 그리움은요. 사십
넘은 우리네 님덜, 누구나 옛 이야기 하나는 있을 것임에 '사슴'으로 느낄 수 있으리. 묻고가 아니고
'묻으며'인 것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어요. 예, 새벽강은 '예'를 경상도식 종결어미로 알고 있습니
다. 때에 따라 긍정과 물음이 갈리는.
남도땅 나주에서 나고 자란 소생이 그 종결 어밀 즐겨 쓰는 이유는 좋아져서예요. 귀여운 감도 많구요.
어느 우리님이 샘플 보여줘야 맛깔스러울란가. 아무튼예, 4행을 '예'로 마감한 건 다양하게 변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각운 이루어지지 않은데 같은 어미 반복 된다면 느낌 어떨까요. 감히 말씀 드릴
랍니다. 행시 4행 배경요. 큰형님한테 몰매 맞는 사고 터진다해도 말입니다. 님의 아픈 히스토릴
바람이 전해와서라고. 히스토리(history)는 과거. 바람의 사전.
찌는 낚시 채비인데요, 소생이 나고 자란 장등 마을에선 '빡스대' 라 불렀지요. 찌의 어원은 모르겠
습니다. 우리말 큰사전에는 낚시찌의 준말이라 돼 있지 싶네요. 새벽강의 사전은 물속 상황 알림
바(bar). 무심은 물결 없는 마음. 무심의 찌를 세우자 한 건요, 비워진 마음으로 낚시를 하자는 뜻입
니다. '뜻이외다'라 안 한 건 건방져 보일까봐요. 마음 없는 찌를 세운다해도 때로 잔물결 일지 않
으리. 다만 산(山) 넘어 산(山), 강(江) 건너 강(江)을 건너왔을 뿐이려니. 어사님이나 소생이나요.
해석 원한 님들, 머리만 더 아파오나요. 그러실 것 같아 다시 정리합니다. 큰바위 얼굴 닮아 말수
적으시고 중후하신 우리 어사님. 누구와도 부딪침 없는 자연스런 성품으로 강물처럼 사시나니. 그런
님을 어찌 말과 글로 다 칭송할 수 있으리오. 아픈 세월, 그리운 것들 다 잊고 사시는 큰형님. 언약
한대로 초평지 낚시 한 번 가시자구요. 이제 이해 되셨나요. 아직도면 어쩌겠습니까. 그러셔도
제 책임 아니니.
'노을빛 낙엽이 지는 쓸쓸한 가을입니다. 외로워요. 안아주세요.' 이런 문장이 있다고 칩시다. '시'라
이름하든 뭐라 불리워지든요. 님들 느끼기에 어떠시나요. 좋으시다면 새벽강이 공장 돌릴까요. 저런
문장에 젖어드는 님들로 인해 '여고 취향적이다'는 욕에 가까운 관용구가 만들어진 게 아닌가 합니다.
문장은 되겠지요. 허나 절대로 시는 못 됩니다. 사유가 불러오는 모든 감성을 차단 시키기 때문이지요
. 여백이 전혀 없지 않습니까. 모든 게 드러나 있기에 말입니다. 그럼 어떤 모습으로 압축시켜야
되냐구요? '낙엽이 진다' 보다는 '잎이 진다' 가 낫겠지요. 거기엔 계절, 가을의 색감, 쓸쓸함, 안기고
싶은 맘 그런 모든 게 녹아있으니까요.
새벽강 가끔 글 올리지만 부끄러울 뿐입니다. 못 쓰니까요. 그건 제가 익히 압니다. 허나 보는 눈 있구
요. 맛 압니다. 그리고 님들이 어찌 생각하시건 새벽강이 댓글 하날 달더라도 혼신의 공 들이고 마
음 얹습니다. 오늘 제가 긴 시간 소비해 쓴 글에 어느 님 한 분이라도 몰록 눈뜸이 이루어진다면
새벽강 혹은 13월에부는바람의 기쁨이 되겠습니다.
행복님, 안개성님, 같이갈사람님, 튤립사랑님, 비꼬비꼬님, 안개사랑님, 꿀돼지님, 그리고 암행어사님
. 제 행시에 초대된 뜨락의 님덜입니다. 저울대의 레벨에도 신경썼노라고 감히 말하겠습니다. 퇴
실에 앞서 한마디 떨굴게요. 사실 확인 안 된 풍문이나, 진의 모르면서 뜨락의 뒤안에서 찧고 까불
지 말자는 말요. 저 역시 그러겠습니다. 까부는 건, 체로 쳐 알곡과 껍질을 분리하는 작업인 거예요.
애정 가득한 눈길로 지켜봐 주신 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물빛 가슴으로 노력하겠습니다. 만남 거듭
될수록 정 깊어지고 마음 익어가는 우리 되게요. 뜨락님들께 사랑 바칩니다. 2008. 8. 12(화)
새벽강 혹은 13월에부는바람
신라의 달밤 / 현인
나주땅 망산 직전의 층층시루바위와 산벚꽃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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