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김민정의 시 '마치 … 처럼' / 장석남

13월에부는바람 2013. 6. 20. 15:37

 새벽江 혹은 13월에부는바람

 

 

김민정의 시 '마치 처럼'         장석남

 

 

 

 

 

 

마치 …처럼         김민정

 

 

내가 주저앉은 그 자리에

새끼고양이가 잠들어 있다는 거 

 

물든다는 거

 

얼룩이라는 거

 

빨래엔 피존도 소용이 없다는 거

 

흐릿해도 살짝, 피라는 거

곧 죽어도

빨간 수성사인펜 뚜껑이 열려 있었다는 거(2007)

 

 

 

 

가장 젊고 발랄한 세대에 속한 시인은 언젠가 문예지에 자신의 시론(詩論)을 이렇게 밝혔다.   '선 본

꼭 한달 만에 차였다. 헤어지자며 남자는 그랬다.  "너 지난 번 터미널 지날 때 뭐라고 그랬는지 알아

?"     "네, 버스들이 밤이 되니까 집으로 다 자러 오네. 그랬어요."     "너 일부러 그런 거지?  시 쓴답시고."

"네? 그런게 시였어요? 몰랐는데요."    "너 지난 번 두사부일체 볼 때 한 번도 안웃었지?"   "네, 한 번도 안

웃었어요, 안 웃겨서."    " 너 잘난 척한 거지? 시 쓴답시고."     그날 밤 나는 남자에게 편지 한 통을 썼다.

와 안 맞아줘서 고마워요. 안그랬음 시를 몰랐을 테니까요.'

 

사랑은 때로 이토록 비루한 모양이다.  시 또한 이토록 비루한 것이 된다.  그럴 땐 '마치······처럼' 의 저

줄임표 속으로 들어가 두 다리 두 팔 쭉 펴고 분해된 볼펜 자루처럼 누워 자고 싶다.

 

어느날 절망이 들이닥친다. 그가 떠난다는 것이다. 사랑하던 사람이다. 이유야 여럿일 수도, 없을 수도 있

으리. 애초의 만남에 무슨 이유가 있던 것은 아니었듯이.  그러나 다른 사람이 생겨 떠난다면 그건 최악

다. 나는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린다. 울음보가 터진다.  그 울은 자라나 빛나는 눈을 뜨고 밤을 쏘

보는 고양이가 될 것이다.  나는 그를 사랑하는 동안 이 물들어 있었음을 이제야 알챈다. 그 사랑의

얼룩은 지워지지 않는다. 어떤 강력한 세도 소용없다.   그것은 옅어질 수는 있어영원히 피의 얼룩인

채로 남는다.  수성 사인펜으쓰는 글자들처럼 쉽게 번져가는 사랑의 운명. 그 글자들 위로 무수한 눈물

떨어져  글자들은 번져 갈 것이지만 사랑은 뚜껑을 닫을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그렇게 죽음 이후에도

행형으로 남을 것만 같다.  그것은 한없이 하찮은 무엇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뚜껑 열린 수성 사인

이라니! 게다가 붉은색이라니.  그 붉음이란 본문을 쓰는 것이 아닌, 밑줄을 긋거나 가위표를 치는 색깔이

아니던가. 절망스러운 이 사랑의 시선은 놀랍도록 건조하고 놀랍록 새로운 시선이다.

 

그 피의 '얼룩'에 대하여 김민정 시인(32)은 이렇게 말한다.   "사랑일 적마다 등을 먼저 돌린 건 모두가 당

신. 그렇게 밀쳐졌다는 마음일 때 저는 홀로 경주에 갑니다. 그러고는 하루종일 무덤가를 걷습니다.  동

만한 무덤을 토닥이거나, 해질녘 나무 울음소리를 피해 무덤 안으로 피신할 때, 한 왕조, 한 역사, 한 세월

의 허무를 비로소 몸소 체험할 때, 그 힘으로 기운을 얻어옵니다.  살아가지요, 혼자서도 아주 당당히.  마

에 실금 복잡하게 엉킨 줄도 모르고."                              장석남. 시인, 한양여대 문창과 교수(2008)

2008. 11. 6(목)  조선일보 A32  사람들면  박스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새벽강이 옮기다

 

 

 

 

노래하며 춤추며 / 계은숙(1979)

 

 

 

 

 

 

만남이 사랑이 되기 위해 통과해야 할 첫 관문은  소통일 것입니다. 그게 무엇보다 우선하고 젤 임포

턴트하리니.    새벽강이 플(planet)에서 말했듯 무식한 것들을  쥐어줘도, 쥐고서도 고춘지 작대기인

모르니까요.  허나 긴 세월 지극정성 들이면 깨칠 수도 있어예.  하오니 가능성에 대한 판단과

은 님들께서.  새벽강 혹은  13월에부는바람의 생각                                             2008. 11. 18(화)

 

 

춤방 분위기인가.   '카메라 투' 소와류님이 들이댄 앵글인 듯.   새벽강은 낯뜨건 장면 못 담는  스타일

라. ㅎ담마.                      새벽강의   2009 연말,  20기 서울의 밤 / 3부… 스테이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