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다시, 봄날은 간다 / 유종인

13월에부는바람 2013. 6. 20. 15:40

 새벽江 혹은 13월에부는바람

 

 

다시, 봄날은 간다         유종인

 

 

 

 

 

 

해장국집 찾으러 가는 사내의

늦은 토요일 아침

차가운 봄비를 만난다

 

거리의 담벼락과 전봇대마다

심령대부흥회의 포스터가 불온전단처럼 나붙고

문득 죄지은 일들

한꺼번에 꽃무더기로 피어나는

오늘은 근동(近洞)의 벚꽃축제 마지막 날

난 말없이 비 맞아 가는

유순한 짐승 한 마리

 

내 이름을 지어다오, 이제금

내 사랑의 거푸집을 다시 짜고 싶은 해장국집

창가 식당에 앉아 이마에 돋는 땀을

이 빠진 투가리에 떨구며

전생의 짐승, 내 뼈마디 같은

돼지뼈를 핥아먹으며 꽃을 잊었다

아조아조 숨막히게 술땀을 쏟으며

이 봄이

빗속에 한 채 꽃상여로 떠나는 창밖을 본다

 

꽃을 팔아

한 몸의 생을 시작하는

어린 창녀의 손을 잡고

변두리 샛강둑 버드나무 밑에서

누이야, 세상엔 바람이 분다

말해주고 싶었다

 

누이야, 꿈 없이도 다시 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 / 조용필

 

 

 

 

 

 

 

 

 

 

서리산이래요. 남양주시 수동면요.

 

 

 

 

내게 있어선  백영옥의 글이 영화보다 바이브레이션 길다.    아득한 감동을 안겨준  백영옥 작가님께

감사드린.  새벽강이  2010. 5. 24(月)                      시 / 백영옥의 '개봉작 다이어리'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