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江 혹은 13월에부는바람
신갈지의 새어류
당찬붕어님 강추로 처음 온 신갈지. 상류 골자리에서 바라보는 정오의 살풍경입니다. 물 던지런 편
이고, 인간들이 만들고 버린 지저분한 것들이 어지럽게 떠 있기까지 하니. 2009. 11. 23(月)
'어류' 보다 시간 반 먼저 현장에 착지한 새벽강이 인상 좋은 관리인에게 한마디 던집니다. "뜰채
로 쓰레기 걷어내는 거 어렵지 않잖아요." "어짜피 이곳 좌대 낚시는 올 12. 16(日)부터는 못 하게
되는데요, 뭘. 저도 관두고요." 동안 하청으로 영업했나봐요.
새벽강이 손님 받는 자리에 있었다면 비자연의 부유물은 비닐 조각 한 점 없었을 거예요. 크린(cle
an)하지 않은 것에는 정이 가지 않는 성격이라. 물 흐린 거야 어쩌겠습니까.
새벽강이 맞춤한 물속 상황 알림바 두 개가 보이네요.
민물낚시 절정의 고수 당찬붕어(혹은 월사랑)님이십니다. 오로지다 싶게 굵은 토종 붕어 다수확 가능
성을 최우선으로 출조지 선택하는 님이에요. 무드는 안 따지죠. 물색도.
꼬인 라인을 푸시는가. 그러면서도 복에 겨워하는 소와류님. 보기 좋습니다. 결자해지(結者解之)니
… 이렇게 셋이 자리해서 신갈지의 '새어류'가 된 거예요. 새벽강·당찬붕어·소와류.
잔물결 이는 신갈지에 밤이 옵니다. 납회(納會)라며 우리는 겹살에 소주를 마셨습니다. 근데 두 님
은 2009년 마지막 낚시가 아니었데요. 당찬붕어님은 한주가 멀다며 수로에 찌를 세웠으니까요. 그
후로도 오랫동안요. 와류 또한 굴포천 단골을 마감하지 않았으니. 날 춥고 님 와주지 않을 것 같은
예감에 새벽강은 초저녁에 삭신을 눕혔습니다. 새벽에 나가보니 역시나 찌는 일편단심 그 자리에.
당찬붕어님이 밤 10시에 걸어올린 38cm 토종입니다. 그 님은 날 새고 턱걸이 월척을 한 수 더. 올
적마다 큰놈으로 일곱 마리 이상 잡았다는 낚시 선생인데 오늘따라 빈작인가.
잠 푸지게 자도 만나질 님은 오더군요. 돼지고기 넣고 끓여준 김치찌개에 늦은 아침을 먹고, 커피잔
들고 낚시 재개한 와류. 36. 5 다마(たま)가 와류의 찌를 길게 밀어 올린 건 저런 타임이었어요.
물론 저렇게 흐뭇한 표정은 아니었겠지요. 당찬붕어님의 알림에 미소가 필 겨를도 없이 대붕어를 걸
었으니.
물속 님이 등허리를 보일 때 4짠 줄 알았답니다. 그 말 속엔 떨렸다는 뜻도 담겨 있다고, 꼭 설명해
드려야 아시면 어떡합니까. 물에 잠긴 육초대에 이끼가 바닥을 덮어버린 포인트라 초장부터 밑걸
림 때문에 고생했지요. 그땐 돌아가겠다고 협박한 님이에요. 대 걷을 때까지 입질조차 못 봤다면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했을 거예요. 속으로만요. 그의 품성이 그러니까요.
새벽강은 김상사 입에 박힌 바늘 두 번 빼준 게 답니다. 소와류님에게 달겨든 한 놈까지 도합 다섯
마리의 월남붕어가 7번 좌대를 탔지요. 미디어의 영향인지 블루길이라는 이름으로 굳어진, 까시럽
게 생긴 놈요.
붕어에 연연하지 않는 새벽강입니다. 물에 박힌 말뚝만 진종일 바라봐도 좋은, 무심의 경지에 접어
들었다는 뜻 아니에요. 가물치든, 잉어든, 장어든, 향어든 다 좋아한다는 말이지요. 구구리나 블루길,
피라미 따윈 빼고요. '빠가(빠가사리, 동자개)'와의 만남도 싫어하지 않죠.
그런데요, 붕어 낚시 위주인 님덜 중엔 저 같은 스타일 잡스럽다고 말하는 꾼 적지 않은 것 같습디다.
그런게 천박한 의식 아닐런지. 그가 물속 어느 님과의 만남을 좋아하든 낚시의 도(道)를 지키는 님
이라면, 그의 취향은 존중되어져야 마땅할 것입니다. 수초 어우러진 시원스런 풍광을 사랑하는 새
벽강 생각.
연안 낚시는 계속 허(許)한다는, 정오의 신갈지를 남기고 무정하게 떠나는 13월의 바람입니다. 다
시 오지 않겠다는 맹세는 아니 합니다. 2009. 11. 2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