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江 혹은 13월에부는바람
마흔아홉의 봄, 그리고 '산행수행' 첫 산행
"세상에서 가장 애틋했으나, 죽어 함께 할 사람. 다음 생엔 꼭 함께 살자." 먼 곳에서 넘어온
문자다. 마흔아홉의 봄밤. 수십 년 먹은, 아니 수십 년 묵은 첫사랑이 떠났다. 잠이 와주지 않았다.
삼세번 째 이별이니 결별이지. 사랑이 운명인 건 혼자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총체적 난국인 작금이다. 선방만이 최선인 중앙지법 송사에, 업계는 고무신이 시장에 쏟아
지기 시작할 때 짚신 만들고 있는 흐름이다. 거기에 잘못 배달되어진 폰멜로 반을 차지하는 거래처
마저 끊어지는 모양새다. 엎어진 년 용천뱅이가 덮치듯 불운은 겹으로 온다. 내년까지는 죽음의 강
을 헤엄쳐야 된다. 아홉수에, 윤달 끼어 날삼재가 쉰까지 이어질 거니.
총체적으로 이해하며 쉽지 않게 나이테를 넓혀 온 이들은 흐릿하게라도 자신의 전도를 가늠할 수 있
다. 멈출 수 없다면 흘러야만 되는 생. 난항을 거치지 않고 순항할 수 있으랴. 신은 견딜만큼의 고통
을 준다. 변화에는 통고가 따른다. 지금의 난 20년 대운을 만나기 위해 어둡고 긴긴 악삼재의 터널
을 지나고 있다. 일일여삼추여도 시간은 간다.
홈에 있으면 못견딜 것 같아 새벽에 집을 나선다. 빈속에 망설이다 카메라를 배낭에 담고. 주저한
건 시간 많이 소비되는 후기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돈 안되는 일로 딴 데 써야 할 시간도 많은데.
한참을 지나쳤다 돌아 내려온 집결지, 도봉산 '포돌이광장' 은 미친년 넙덕지만하다. 9시 반 지난
지 오래인데 공지한 그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시작부터 허사(虛辭) 삽입하면 안되는데. 그
가 오고 있다. 장군의 가다(かた)로. 2012. 4. 29(日)
산행수행. '산내들'을 탈당한 고박사님이 창설한 산행 카페다. 산을 타기 전 몸풀기다. 도봉산 초입.
산행수행 몸풀기 II
산행수행 몸풀기 III
도봉산 자락
도봉이 품은 망월사
좀 더 가까이
'물은 산을 넘지 못하고, 산은 물을 건너지 않는다.' 산행수행의 테마다.
포대능선을 팔할쯤 거슬렀을까. 족발과 약밥이 놓인 참. 탁주로 간밤을 희석시킨다. 장군모를 쓰고 센
터에 자리한 이가 지기다. '폼난다' 말하려다 관둔다. 특혜 시비일까 저어함이다. 피는 물보다 맛
있기에. 아니 끈적이기에. 어찌보면 산행 카페도 정치판을 닮았다. 회원이 늘면서 계파가 생기고
이합집산하기 십상이다.
지기님, 장강은 하나의 물줄기도 거부하지 않기에 대해를 이룬다 했습니다. 오래 머물렀던 자리에서
축복없이 떠나온 때의 아픔 잊지 마시고 초심(初心)이 종심(終心)되시기를. 세월 흐른 어느 날 첫
산행 후기를 뉘우치며 보게 되지 않기를. 행여 그런 일 없기를. '말에 영혼이 깃든다' 새벽강의
레터링입니다.
먹기가 취미인 우리 독수리님. 흐뭇하신가 보다. 정이 간다.
광명에서 오신 작은거인님
꽃피는 산상에서 막걸리 따른 양재기 기울이는 맛이라니. 걸작인가.
먹잇감을 노리는 독수리처럼
운동으로 몸 가꾼 티난다. 동대문에서 야간에 뭔 장사를 하신댔나. 무삼 일을 하시든 성업하시기를.
말없이 다부져 보인다. 앞길에 축복 많기를.
도봉산. 북한산국립공원에 소속되어 있다. 서울시 도봉구와 경기도 의정부시 호원동, 양주시 장흥면의
경계에 있으며 주봉인 자운봉이 높이 739. 5m다. 산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화강암으로 만들어졌다.
오봉, 만장봉 등 각 봉우리마다 기복과 굴곡이 다양하다. 울창한 수림과 더불어 절경을 이룬다.
억겁의 날들이 쌓였을 거다. 뿌리내린 나무도 무수한 서북풍을 견디며 자리 잡았을 거고. 말 못하는
저 바위, 외롭지 않겠다. 나무는 바람을 막아주는 님있어 그럴 거고. 사람의 관계도 그래야.
도봉산 마당 바위의 봄
장승님 내외분과의 예정된 조우다
마당바위 점심. 화기(和氣) 돈다. 많이들 준비해온 먹거리를 한바닥에 놓았다. 홍어로 입을
호사시킨다. 열무 안 잘라 왔다고 독수리님에게 뭐라 하는 건 경우 아니다. 그저 감사하고 맛있으
니. 물론 정담이었지만. 모든 식재료는 칼이 닿는 순간 식감 떨어진다.
수개월 전 어느 업자가 겹살을 구우며 아주 잘잘하게 가위질한 적있다. 식성에 따라 여러 개 싸 먹
어도 되니 더 낫지 않냐고 할 수도 있겠지. 맛이란 그런 게 아니다. 좀스러워 보이기 이전에 말이
다.
눈길 닿는 데마다 봄이다. 도처(到處)에 춘풍(春風)이고.
옥근삼타(玉根三打)하시나. 암데서나 배수하면 안 되는데. 실은 물 빼는 게 아니다.
지기님. 대단히 흡족한 카페 첫산행인가 보다. 닉은 고박사다.
장시간 내열(內熱)을 식히는 독수리님. 아직 냉수라 범인(凡人)은 못한다.
녹음이 짙어질 거다
김은수님. 은수, 어감 좋다. 은수(銀水)겠지. 스스로를 살리는 네임(Name)이다. 금생수(金生水)니.
그 좋은 이름으로 걸림마저 감싸며 흐를 것이다. 프로그램 자동노출 모드다.
계곡물은 셔터 우선
산행수행 첫산행 기념 단체 사진
뒤풀이 장소인 도봉산역 근처 식당이다. 독수리님이 기념 케익을 준비했다. 회장으로 추대된 작은거
인님. 감축드린다.
직권으로 준비한 대구뽈찜 나오기 전에 커팅을 권하는 지기님
산행 중 지기가 야생화를 보며 작은거인님에게 무슨 꽃이냐고 물었다. '화초사랑'한테 물어보라 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