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江 혹은 13월에부는바람
강화 흥왕지와 동막 해수욕장에 간양록이 흐르다 III
갈 때는 신경 안 쓰다, 올 땐 내비(navigation) 잘못 해독해 눈에 넣게 된 곳입니다. 동막 해수욕장.
마음을 어디에 두든 운명이 콘트롤하는 코스를 타게 돼 있는가. 2012. 10. 2(화)
"언약대로 십 년 만에 전용 자가용 안겼으니 소리 내지 말고 삽시다." 한 현관문 쓰는 여자에게
한 말입니다. 9년 전. 내심은 분리정책의 완성이었다는 것을 끝내 모르겠지요. 그해(2003) 여름, 혼
후 처음으로 동반 여행이라는 것을 했습니다. 내친김에 성은을 베풀다시피요.
돈보다 정에 하자있어 줄창 살 가깝지 않게 살아온 관계입니다. 지금은 스치기만 해도 기겁하는
사이로 발전했음을. 그러면서도 조용히 삽니다. 어쩌거나 그때의 순례지가 강화와 석모도였습니다.
동막 해수욕장에선 시간 좀 썼구요. '불혹의 뜨락' 일원이었던 4년 전(2008), 마니산행(摩尼山行)
한 과거있으니 강화에는 세 번째.
바람기 섞이지 않은 한낮의 햇볕이 여름인 양 뜨겁습니다. 바람 불어 좋은 날 보다 내 영혼이 따뜻
한 날 바래봅니다. 옥체, 성은, 사저. 새벽강이 흘린 말의 조각들. 왕(王)이 못 되기에 생각이라도
왕처럼합니다.
봄은 동녘에서 오는가 한 많은 봄이로세
바람, 너는 서녘으로 가느냐 맘만 들떠 바쁘이
새벽달, 어버이 한숨 실은 새벽달일세
밤길도 다듬더듬 헤매신다
촉대로 세운 밤을 그 누가 알랴
그 누가 알랴 아침 햇빛에 북받치는 내 설움을
글방 옛터에 피고진들 그 누가 알리
선영 뒷산의 잡초는 그 누가 뜯고
삼한의 피를 받아 굵어진 이 뼈
어찌타 짐승 놈들과 섞일 수가 있으랴
(강항의 시)
간양록(看羊錄). 임진난 때 일본에 포로로 끌려간 형조좌랑 강항(姜沆 1567 ― 1618)이 승려 요
시히도(好仁)와 교류하며 3년간 보고 듣고 겪은 풍속, 지리, 군사정세 등을 기록한 책입니다. 헌종 9
년(1688)에 간행되었답니다. 목판본 1권 1책으로 이루어진 규장각 도서예요. 민초를 사랑한 그의
정책을 받아들었다면 남의 나라에 먹히는 오욕의 역사는 없었으리라는 가정은 해서 무삼하리.
함평 이씨의 열녀문인 정렬문이 내산서원 입구를 정갈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불철주야, 사시장철.
전남 영광군 불갑면 쌍운리 산 22 ― 4번지에 있으니 가보셔요들. 환향하여 18년을 더 산 서방
님이 먼저 가자 식음을 전폐하고 그의 뒤를 따른 대부인 함평 이씨, 생전엔 오죽했으까이. 더할 나위
없이 잘했으리라는 뜻이니 딴 생각 마셔요. 강항(姜沆)님은 모든 면에서 대단하셨어요. 존경이
절로 우러나게.
한오백년보다 배는 더 가슴을 쥐어뜯는 조용필의 간양록. 마디마디 애를 끊어놓는 절창. 그가 아니면
도달할 수 없는 경지 간양록. 실시간 흐르는 곡 자세히 보기 하고싶으신 님 계시거든 오디오 밑에다
새벽강이 링크 걸어 놓았사오니 '까지색' 제목 클릭요. 거듭 새벽강 스타일 느껴지리다.
'이제야말로 철 좀 들어. 나 자신을 좀 다독거릴 줄 아는사람이 되어야지. 너무 가혹하리만큼 자신을 내
리친다. 제발요. 지금껏 잘 살았어요. 알잖아요. 괜찮다고, 잘 될 거라고 자기 자신을 어루만져줘요. 지
금은 그렇게 토닥거려주는 시기라 생각합니다.'
최악의 나날이었던 올 봄의 끝에서 카톡으로 넘어온 글입니다. 살아오면서 새벽강이 받은 단 한 번
의 위로의 말로 기억됩니다. 새벽강이 가섭(迦葉)이라는 닉(nackname) 내지 아호를 붙여준 님입
니다. 염화미소의 가섭과 꼭 닮아서. 설명이 필요치 않는 님이라서.
그 후배님한테 말께나 듣겠습니다. 상큼함이 사라진 후기라고. 건질 게 암 것도 없다고. 슬럼프는 스
타에게나 있는 거라고. 이미지 다 버리게 말만 많아졌으니 차라리 은퇴하시라고. 새벽강이 대꾸
하지요. 그래도 죽을 힘을 다해 살고있다고. 후기도 삶도 쌈마이(三流) 안 되게. 니마이도 아니게.
음미하며 완독한 님 있거든 답하소서. 이뻐하리다. 중딩카페 동기방인 20호룸에 새벽강물 소리를
풀어놓아요. 13월의 바람이 백봉산 밑에서 밤으로 가는 시간에 2012. 10. 8(月)
양기섭21 한숨만 가득 내려 놓습니다~~.,ㅠ ㅠ 형님과 눈 높이 같이 할려고- 2012. 10. 8(月)
13월에부는바람 당연. 내가 그대들 눈높이에 맞추면 늙발에 허리 아프잖아. 장난쳤다 하리까. 난생
처음 잘난 체 한 번 해 봤습니다. 석천(石泉) 박재희 님처럼 잘나지 못 해서. 지지리도 못 난 놈
이구나, 그러셔요. 10. 16(화)
양기섭21 지지리 못난 놈 둘이가.., 차디찬 대청마루에 납짝 엎드려 있는 형골인데., 서로 잘난척하며
우쓱대보죠-., 고만고만 우리들도 잘남이 있는지 알아볼겸~ 시월에 강치가 내일 온다고 하네요-., 방
에 군불이나 넉넉히 짚히고 자시기를.., 10. 1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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