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억으로 가는 바람

그와 그녀의 목요일(쌍정 버전)

13월에부는바람 2013. 6. 8. 18:45

 새벽江 혹은 13월에부는바람

 

 

그와 그녀의 목요일(쌍정 버전)

 

강변역의 광고판이다.  기상청 로고(logo)와  카피(copy)는  커팅했다.  평내마을에서, 잠실로 직행하

는 1000좌석을  눈 앞에서 터치 못 하고 이어진 97번 버스에 몸 맡겼다 전철로 갈아타기 전이

기다림 대돌아가는 코스를  택한 거다.  춥고  못 다 본 신문도 챙겨왔기에.   2012. 12. 1(土)

 

"선한 기운이 넘칩니다. 그 복을 아직 못 받고 있네요."   생판 모르는 이가 강변역 인도에  슬며시 놓고

간 말이다.    동서울미날 횡단보도와 강변역 개찰구로 갈리기까지의 아주 짧은 거리에서 인파

섞여.  이인(異人)이었을까.

 

 

방배역 1번 출구다.                                                                21012. 12. 1(土)

 

 

'예정된 건 하나.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가는 거.   그와 그녀의 목요일.  배종옥, 조재현  주연.   6시

백분.   무대 옆 라인 센터에서 두 번째  좌석  두 주 전 예약.   연극 보고 혼자 디너(dinner) 들 

순도 시기에.  카메라는  들고 갈듯.      프로는  혼자 다닙니다.  영혼의 사람이 아닐 바엔 그러는

걸리적거지 않아예.'   서울에 뜬 평창녀의 톡톡하는 입질을 그렇게 무시했다.

 

 

돌아서서 한 컷.  오가는 사람들의 의상에 겨울이 있다.                             2012. 12. 1(土)

 

 

방배역 1번 출구를 빠져나와 역방향으로 50여 미터.   거기서 17번 마을버스를 탔다.  몇 바퀴 굴리

맞은편에 효령대군 묘다.    간밤에 폰으로 읽은 '선희 님' 의 후기에서 예술의전당까지 다섯 정거

장이랬다.  헤아리지 않는다.  시간 넉넉하고 안내 멘트 나오기에.  집중해야  될 때  빼고 신경  쓰는

피곤함이라.

 

 

전에 연극을 본 건 광주 계림동에 있던 학교에 다니던 때다. 1982년.  30년 전이었고, 남도예술회

이었고, 열아홉이었고, 처이었다 .   '꿈 먹고 물 마시고'  무슨 큰상을 받은 작품이라 했던가.  공연장

에 있던 머리에 내용이 박히지 않았다.  그랬으니 감흥이 일리가.

 

원하지 않았는데 학교에서 준 티켓이었다.   다른 반은 몰것고 3학년 8반으로 날아온 한 장이 내 앞

떨어진 거다.  뭔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던 배드(bad)석으로 기억된다. 공짜표라 그랬을까.

가물하게 멀어져간 시절의 테크닉이어서 일 게다.

 

 

'기름 없는 호떡의 맛 최고' 라는  수식을 앞세운 접이식 가로 간판 '옛날 전통호떡'이다.    예술의전당

구역이고 앞다.    아주머니는 반죽고 아저씨는  구으며 판다.  한장에 천원이다.  풀빵 다섯개

원, 열개이천원이라고  써 놓았다. 말 없는 정성을  판다.  소리 없이 줄 선 모습이 보기 좋다.

 

 

풀빵을 이천 원어치 사고 셔터를  눌렀다.  아저씨가 손을  저었다.  누가 될까 저어된다.  어느 부부보

따숩기를, 불변의 사랑이기를  간절히 빈다.    문장은 형용사로부터 부패하고, 가치 떨어지게 하는

부사인 줄 면서도.

 

 

유료 카다로그(catalog)를  5천 원 주고 샀다.  연극열전4의 다섯 번째 작품 '그와 그녀의 목요일'이다.

책자에 삼십 분 눈길 주고 입장해서 남은 삼십 분을 메우기로 한다.                  2012. 12. 1(土)

 

 

프롤로그(prologue)는 정재은의 방백이다.  '죽은 남자의 핸드폰' 의 배우.  배우 서현철의 부인.   '어라.

까지.'   이게 아닌데. 어긋나고 있다.   '사시미(さしみ)가  세팅(setting)되지 않고  샤부샤부

(しゃぶしゃぶ  syabusyabu)에 과메기가 나오다니.'     내게 있어 샤부샤부는  헛배 부르게 한다.

다른 이들이 아무리 맛있어하는 과메기라도 난 비리고 싫다.  내 입맛은 그렇다.

 

정재은, 정웅인으로 차려진 오늘의 메뉴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쌍정이 미흡하다는  게 아니다.    난

종옥과 뉴하트의 조재현을 보왔다는 거지.     새벽강의 어명 받은 일미터 팔십(180cm)의 장자

(長子)가 컴(PC)으로 뽑은 티켓을 불신하지 않은 결과다. 공연일 출연 배우 뜨는 옥션 예매였겠지.

 

'그와  그녀의 목요일' 은  좋은 머리에  타고난 입심으로 역사를 강의하는 교수 정민과, 은퇴한 시리아 

군 기자 옥의 이야기다.       연옥은 여수의 가난한 어부의 막내딸이었다.  돈도 열의도 없는  부모

부터 이탈해  당시 명문이던  광주 살레시오 고등학교를 다녔다.   성당에서 만난  대학생에게  느낀

정은 이루어않았다.  첫사랑의 공식대로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해  학보사에 들어간 직후  운동권이 됐고, 전경에게 쫓기다 숨어든 도서관

정민을 만났.  재수없는 첫만남으로 기억된다.    토론과 논쟁을 일삼던 두 남녀는 해태와 MBC

청룡의 한국시리즈 결승전이 열린 날 밤 한몸이 됐다.  1983년 가을이 깊어가고 있었다.  ……  …

그 뒷이야기는 다음 후기 때.   정민은 무책임한 남자다.  무책임하게 여기저기 찔러댄 남자고.

 

기획과 얼개와 제1 주연 배우인 종옥과 조재현의 선택은 갈채받아 마땅하다.   문제는 황 작가의

극본이다. 쉴 새 없이 쏟아내나 지적(知的)이고 현란한 입담과는 틈이 있다.  개그에 가까운 정웅인

연기의 책임을  대본과 나눠져야 할  것이다.  배우들 입에 올린 쌍시옷으로 시작되는 욕은 거북했으며

정민이가  손과 입으로 토해낸 성에 대한 묘사는 민망했다.    가치에 방점을  찍는 게 진정한 프로다.

 

 

13월에부는바람과 아무 관계없는 여인이다.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앞   2012. 12. 1(土)

 

 

 

 

남궁옥분 / 재회

 

 

 

 

 

 

두 자리 남은 배종옥, 조재현 버전 '그와 그녀의 목요일' 지정석 중  택일한 게 12월 2일(日).   코

만 무대 옆인 A블록  1열 1번석.  인터파크(Interpark) 티켓.   내 생애  마지막이기 쉬운 연극 관람.

25일 3시 공연.   딱이다.   5시에 움직임 재개하면  어디든 가서  뒤풀이 하기 좋은 시간 배치니까.

 

첫눈이 함박눈으로 쏟아지던  부평역사의  그날처럼, 스물하나의 그날처럼  눈이라도 내리면 어이하리.

바닥이 드러날수록 엉망진창이었던 옛 정인마저 눈물 되는 마흔아홉의 겨울날.        2012. 12. 24(月)

 

 

 

 

 

 

이명님16  돌아가는 길에서 여유와 편안함이 좋아 잠시 머뭅니다.    '그와 그녀의 목요일'  연극보듯 다시

읽어내려가야겠습니다. 다음 일이 기다리고 있어~ 무대가 집중이 안되어서요ㅎㅎ   2012. 12. 25(화)

 

13월에부는바람  감사합니다.  좋은 나날 되시기를  빕니다.             중딩카페 동기방  12. 25(화)

 

 

이연순20  한편의 일상을 편안하게 그려나간 글이 왠지 외로워 보이기도 하지만 진솔하고 아름답게 묘사

를 해서인지 많이 와 닿는군요.     언젠가 강남 어디선가 공연했던 '헤드윅'을 보러 갔는데 기대도 안했던

윤도현이 주연이어서 흥분했던 기억이 떠올라 잠시 아련한 추억에 젖다 갑니다.                     12. 26(수)

 

13월에부는바람  인식이 아버님 빈소에 다녀갔다는  소식 들었습니다.  나주역에 마중나온 성국이 벗

님을 만난 게  이른 저녁이었는데.    시간이 되면 다음 후기 본문에 긴 답글 쓰겠습니다.  살아갈수록

좋은 날이를  빕니다.                                                                                            12. 26(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