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 010·3755 ― 2600
이른 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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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방과 풍물방을 오가며 새벽강의 글 가슴에 담고,
꽃잎처럼 흩어진 그의 리플 끌어안은 님 먼저 자리하셔요. 그의 사진
에
입맞춤한 님요
아마 그랬을 거예요. 검은 석탄과 석유로 대지를 온통 덮어버려도 봄이 되면 여린 싹이 콘크리트를
뚫
고 나온다고. 톨스토이 영감이 '부활'의 첫 장에서 예고했듯이 물 빠진 좋가치(진짜 오타네)
죽
어 지내도 봄은 오더이다. 일전에 작은형이 이러더군요. "니가 마광수(馬光洙)냐. 허긴 마광수씨
아들
이지." 어머님 함자가 마광수(馬廣洙)거든요.
주체할 수 없는 봄의 기쁨을 방사(放射 아님 房事겠지요)할 길 없어 문학관에 첫 글 올립니다. 약
속에 미흡하지만요. 그놈의, 그년의 봄이 너무 빨리 와서예요. 애들과 마광수(馬光洙)같은 삼류들은
가
라. 몰라도 된께.
한국 현대시사에서 '님의 침묵'이라는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지금도 끓고 넘치는 바다, 만해(萬海). 한
결
같은 시행일치(詩行一致)를 사시다 용되어 구름 타고 승천하신 한용운(韓龍雲) 선생. 님은 60
만 촉광 탐조등 불빛으로
조국과 시의 앞길을 비추셨습니다. 우리 만해님의 시 중에서 침묵하는 님보다는 생동하는 님의 시 '인과율' 을 성찬드려요.
사이, 본인에 대한 광고 겸해서 K2 전차 탐조등 불 환히 밝히고 잠시 추억하나니… 이 아저씨는
맹호부대라고도 불리우는 수도기계화보병사단 1중대 1소대 1111호 전차 승무원이었음을. 가 보지 않은
길을 가는 최선두의 전도가 어찌 험하지 않았으리. 상병 시절, 겨울이면 동태가 되는 낡은 미제 탱
크 조종수 임무였습니다. 병장 때 신형 K2 전차를 새로 사면서 한국형 전
차 포수가 되었습니다.
직
경 125mm 주포를 앞세우고, 포탑 360도 자유 회전으로 이어지는, 전차포 사격의 대가였음을. 야간
이동
표적 사격에선 추종을 불허했음을. 절대 산을 넘지(산너머 포) 않았던 추억의 명포수임을. 지금도 자신 있으니 쩜쩜
인과율(因果律) 한용운
당신은 옛 맹서를 깨치고 가십니다.
당신의 맹서는 얼마나 참되었습니까.
그 맹서를 깨치고 가는 이별은 믿을 수가 없습니다.
참 맹서를 깨치고 가는 이별은 옛 맹서로 돌아올 줄을 압니다.
그것은 엄숙한 인과율(因果律)입니다.
나는 당신과 떠날 때에 입맞춘 입술이 마르기 전에,
당신이 돌아와서 다시 입맞추기를 기다립니다.
그러나 당신의 가시는 것은
옛 맹서를 깨치려는 고의가 아닌 줄을 나는 압니다.
비겨 당신이 지금의 이별을 영원히 깨치지 않는다 하여도,
당신의 최후의 접촉을 받은 나의 입술을
다른 남자의 입술에 대일 수는 없습니다.
한용운. 홍성에서 태어나 향리에서 한학을 수학했답니다. 그 후 불가에 입문하여 오세암에 머물기도
하였다지요. 독립선언문을 낭독했구요. 더 이상의 이력이 필요 없는 이 거대한 산맥을 친일과 어용
으로 얼룩진 미당(未堂)류의 시인들과는 비교하지 마셔요.
시 '인과율'은 여성스러움으로 포장된 강인한 아름다움입니다. 만해의 당신은 배반할 수 없는, 배반
되
어질 수 없는 조국을 말함이려니. 잃어버린 당신을 끝내 재회하지 못하고 저 언덕(彼岸)으로 가신
우리 님이여. 다시 찾은 당신의 당신을 이제 '버리지 아니 하고 떠나지 아니 하리니' 편히 쉬소서.
머잖아 살 떨리는 기쁨(?)을 맛보게 해 드릴께요. 은밀하게. 휴게방에서. 창작으로.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마셔요. 예고편이 더 재밌잖아요. 아니 그렇던가요
제자리로 돌아온 님에게 축복 있기를. 봄이 넘실대는 새벽강이 축원해여. 끝까지 애정어린 눈길로
지
켜봐 주신 님들께 고개 숙입니다. 우수 지난 영등달 초승, 새벽강 합장. 중딩카페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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