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이 흐르는 江

잊어야 한다면 / 웅산

13월에부는바람 2013. 5. 11. 17:18

 새벽江 혹은 13월에부는바람

 

 

잊어야 한다면         웅산

 

신중현 곡 

 

 

 

 

 

잊어야 한다면 너무나 아픈 마음  보내야 한다면 너무나 아픈 마음

돌아서 가는 길에 낙엽만이 구르고  서 있는 나무마저 너무나 말이 없네

잊어야 한다면 너무나 아픈 마음  보내야 한다면 너무나 아픈 마음

 

내 눈이 가는 곳에 떠오르는 그 모습  행여나 그 사람일까  또 다시 바라보네

그때 그 시절 너무나 아름다워  잊을 수 있을까  아쉬운 내 마음

잊어야 한다면 너무나 아픈 마음  보내야 한다면 너무나 아픈 마음

 

돌아서 가는 길에 낙엽만이 구르고  서 있는 나무마저 너무나 말이 없네

그때 그 시절 너무나  아름다워 잊을 수 있을까  아쉬운 내 마음

잊어야 한다면 너무나 아픈 마음  보내야 한다면 너무나 아픈 마음(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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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야 한다면 / 웅산 
 
 
 
 
 
 
 
 
'웅산은 항상 긴 퍼머머리를 출렁거리면서 다니길 좋아한다.  거친 세상의 축축한 이야기를 모두 담

고 살아가는 듯하다.'      어느 카페에서 주워온 글입니다.   "새벽강, 그 닉이 아깝다."  그렇게 찌른

플이 있었지요.  고려적에요.

 

 

 

 

오늘은 칼 있으마(Charisma) 없는 제가 비담임으로 여러분을 찾아뵙게 되었네요.    이 마당에서 저

마당으로 넘어가는 가운데 마당에서  이 자지를 빚어 말  할게요.   모쪼록 화기애매하고, 가축적인 분

기 속에서 하루를 마감 하시길 부탁드려요.     '놈현스러운' 이 현실이 정상화 되기를 기원하면서.

이현실·정상화는 제가  군(軍)에 있을  당시의 직속 후배이기도 해요.                         2004

새벽강의  어느 카페의 조회에서

 

 

 

 

 

 

 

 

 

 

 

 

 

 

블루스·재즈는 한국에선 아직 마니아 취향이다.  어렵고 멀게 느껴지기 일쑤다.   최근 가슴과 귀에

게 와 닿으면서도 장르의 색깔을 살린 앨범들이 잇따라 나왔다.   나윤선, 정말로와 함께 3대 재

보컬로 이름을 알린 웅산이 두 번 째 앨범 '더 블루스' 를 내놨다.  또 젋은 연주자들이 뭉친 재즈밴드

'젠틀 레인' 과  '프렐류드' 도 각각 첫 번 째 앨범으로 인사했다. 연말에 긴 여운을 남길 이들의 결실

살펴본다.

 

블루스는 직설적이다.  노랫말부터 그렇다.  예를 들면, 세련된 매너는 미뤄두고 "너 어제 바람 피웠지

라고 대놓고 날리는 거다.     기본 형식은 단출하다.  두 번 반복하고 결론이 나온다.  "바람 피웠지"

를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또 그러면 국물도 없어" 로 마무하는 식이다.   그런데 미와 시를 반음 낮춘

른바 블루스 스케일에 노랫말을 풀어놓으면  저 밑에서부터 미묘한 애조가 치밀어 오른다.     때때로

유치하도록 치닫는 노랫말과 이 묘한 음계에 깊은 보컬이 엮이면 앞뒤 사정, 이놈 저놈 가리지 않고 바

로 가슴에 꽂혀버린다.    이슬같이 뚝뚝 떨어지는 눈물이 아니라, 콧물 범벅이 된 얼굴을 보는 것처럼

웃기기도 되게 웃기고  슬프기도 되게 슬프다.

 

재즈보컬 웅산의 목소리는 블루스의 매력을 담아내는 중저음 질그릇이 됐다.  두 번 째 앨범 '더 블루스'

들어보면 된다.  미국 흑인들의 노동요에서 시작해 록과 재즈의 뿌리가 된 블루스로 그는 고집스럽게

거슬러 올라간다.      "재즈보컬로 10년 걸어왔어요.  그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재즈는 돌려서 풀

다면 블루스는 햔 번에 그냥 와 닿는 거죠.  우리 노동요랑 비슷한 면이 있어요.   '아이고 허리야'

선창하면 따라하고 얘기를 보태는 식이죠.  한 같은 정서가 맥이 닿아 있고요.

 

이 원형질 음악은 변화무쌍하다.  이를 담아내는 웅산의 보컬도 그렇다.   전형적인 블루스 곡인 '삶'은

쿵짝 거리는 리듬으로 목을 뺐다  넣었다 꼼지락거리게 한다.  보컬이 칼칼하게 힘을 받쳐준다.  한국

정서를 버무려 오고름 배배 꼬여 애간장 타게 하는 노래들이 뒤따른다.    1985년 명혜원이 발표

던 '청량리 블루스' 에서는 이끼 낀 목소리가 휙휙 감긴다.   신중현 곡 '잊어야 한다면' 은 창자 속

까지 들어와 스멀거린다.  웅산이 빚어낸 블루스는 눅진하지만은 않다.  차갑고 꿈꾸는 듯한 풍경은 첫

곡 '콜미'에 아른거리고, 목소리는 아스팔트 위로 흩날리는 진눈깨비 같이 스산하다.

 

웅산은 '웅산스러움' 을 거의 완성했다.  그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브라스 밴드 단원이었고, 대학 때는 '돌

핀스' 라는 록밴드의 힘이 뻗치는 보컬이었다.   빌리 할리데이 노래에 꽂혀 재즈 보컬로 진로를 튼 뒤

소리를 내뱉고 삼키며 조절하는 법을 터득했다.  1998년 께부터 일본 주요 도시에서 매년 4∼5 차례

공연해 이름을 알렸는데 직구같이 뚫고 나가는 목소리가 한몫했다.   이번 앨범 12곡 가운데 8곡은 직

접 만든 것이고 나머지는 편곡했다. 여기엔 2년 전 첫 앨범 '러브레터'에서 보였던 머뭇거은 없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그가 충북 단양에 있는 구인사로 들어가  머리 깎으려 했다는 건  꽤 알려진 사실

다.   1년 반을 채소 캐고 공양 들이며 보냈다.  노랫말이 자꾸 입가에 맴돌아 속세로 내려왔다는데

절에 들어간 까닭은 이렇다.   "친구들과 한창 많이 어울렸어요. 친한데도 미워하고 시기하고 질투하

는 거예요. 왜 이래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었죠.  친구 집으로 가는 길에 청량리 588이 있었어요. 슬

픈 '청량리 블루스' 를 봤어요."     사는 게 왜 이렇게 힘 들고 너절한지 누군들, 언제인들 또렷이 알겠

나.  어쨌든 그는 웃으며 우는 블루스로 주름진 얼굴들을 위로하는 중이다.      JAZZ & BLUSE  카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