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江 혹은 13월에부는바람
속아서 간 청옥산(靑玉山)
왼편 산길로 간 한 패의 배(倍) 넘는 아저씨와 줌마는 먹고 놀자판으로 직행했다. 2013. 7. 7(日)
오월 스무사흘. 무진(戊辰)일이니 무진무진 먹으며 놀까. 무진무진(無盡無盡).
푸름 일색(一色)인 산천초목(山川草木) 뒤 구름은 여백이다. 그대들, 푸르청청에 넓은 여백의 사람
을 가졌는가. 어느 시의 표절 같은 종결이다.
"용띠들 7월 첫 일요일날 강원도 계곡으로 천렵 여행 가거든. 비가 와도 걱정 없게 산장 잡아놨으
니 같이 가세." 블루버드(blue bird)에게 전화를 받은 게 두 달 전이었나. 파랑새로 통칭되던 그
용띠녀와의 첫 대면은 작년(2012) 유월 오대산행 때였다.
어제 확인하는 강(姜)의 카톡을 받고 고민했다. 중딩 카페 동기방에 뜬 부음 때문이다. 상제(喪制)
와 한 마을에서 초중딩을 다닌 친구 승규가 방(榜)을 건 거다. 모바일 다이렉트 알림은 없었다. 폰으
로 들어간 카페에서 공지가 눈에 띠었을 뿐. 빠짐없이 전해지는 기별이라 해도 안산 단원병원장
례식장을 다들 외면할 것이다. 대세라 생각했다. 내일이 발인 전날에 공일임에도 그럴 거라고.
'낼 아침 친구님 눈에 생기 돌까요. 모란역 5번 출구에서 아시게 될 거예요' 그렇게 강과의 핑퐁을
끝냈다. 예스터데이. 어머니를 잃은 재학이. 중학교 졸업 후 못 봤고 이민 간다는 풍문을 들은 게 마
흔 언저리였지 싶다. 그 사이 모임에 나온 적 없었던 동창이다. 귀국 후에도. 그의 과거가 어떠했
건 내가 이 코스를 택일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안산으로 출발하기 위해 반팔 셔츠에 양복을 입고 있
겠지. 평창으로 가는 관광버스에서 근조 꽃바구니를 보냈다. 언제부턴가 내게 시간은 금쪽이 되었다.
며칠 뒤 그의 전화를 받았다. 편지건, 폰이건 처음이다. '아틀란타'에서 8년 살고 재작년(2011) 봄
에 돌아왔단다. 공업용 고압가스를 다룬다지. 사는 데는 안산이고. 신문 기사보다 정확한 사실이다.
1996년 하계 올림픽이 열렸던 애틀란타는 조지아 주의 주도다.
백천(白天)을 가리는 뽕나무가 검붉은 오디를 품었다. '인간사 허무한데 뽕 따러 가자' 한 이 있었는
가. 여기서 조금 더 오르다 파랑새의 변심으로 하산하게 된다. 먹고 놀자판으로 떠난 마음에 산행
심(山行心)이 밀린 거지. 파랑새가 트릭을 동력으로 썼어도 이왕 왔으니, 다시 오기 어려우니, 백봉
산은 청옥산에 다시 오기 어려우니, 산행 뒤 노폐물 빠져나가 기분 좋아진 몸에 입맛 덩그니, 파랑
새 토닥이며 정상에 발길 주는 게 옳았다. 저승에서라도 피어나는 정신의 꽃씨를 뿌리는 성심으로.
강원도 심산유곡(深山幽谷)에서 용띠들 천렵한다 길래, 난 금테 두르고 승천을 꿈꾸는 갑진년(甲辰
年生) 득실댈 줄 알았다. 근디 파랑새의 친구가 총무인 성남 광성산악회 야유회라니. 문제의 블루
버드와 그의 단짝 박아주다. 파티장으로 이동 전의 오붓한 휴식. 박아주는 내가 붙인 닉이다. 박씨
아주머니라는 뜻으로. 이 글 보면 당연 발끈 하겠지. 배낭마저 꼿꼿한 백봉산이니 무엇을 의식하랴.
달라들면 '보살은 아니었나 보군요' 그러고 말지.
장작불 지피는 한편에선 세팅 중인가.
가늠이 안 되는 인원. 관광차 두 대에서 2호차는 헐렁했다. 팔십명 남짓일까. 소주와 맥주, 탁주가.
대야에 들어찼다. 산골 물에 얼음 넣었지 싶다. 눈에 보이는 술은 전체의 일부다. 2013. 7. 7(日)
뜨거워진 대형 철망으로 두 곳에서 구어대나 고기 공급 딸린다. 설익은 돼지로 배 채우는 인간 많다.
삼대 주린 걸신(乞神) 들렸는가. 돼지 살에 붙은 그을음이 눈 가려 익은 정도 가늠 안 되는 실상도
허기를 거들 거다.
애시당초 드럼통에 남아 있던 오일은 통 반분 후 첫 구이 때 불쏘시개 되어 다 탔겠지. 술과 안주가
오가는 야유회장 밖에는 장맛비 오락가락.
김치찌개 끓고 있는 가마솥 표현에 실패했다. 부족한 놈이거나, 많이 취했거나. 나에게 하는 말이
다. '하드(hardware)'의 한계 아님에라.
술잔 넉넉하고, 쌈은 풍성하다. 줌마는 푹신해 보입니까, 메가네님. 메가네(めがね)는 안경이다.
다 좋다. 마이크맨이 사회자든, 회장님이든, 주인장이든, 약장수든. 배부른 사자는 너그러워지는 법이
거든. 대화면 아니고, 청옥산 흔드는 스피커 아닌 건 금이빨에 고춧가루.
비 나리는 평창에 미소가 머물고 웃음이 터진다.
먹고, 마시고, 부르고, 흔들며 공기 좋은 산골에서 스트레스 날린다. 년에 한 번이겠지. 나이 든 민초들
의 지극한 행복일 거다. 오사리잡것들이라 생각할 이유 없음이다. 고박사의 산행 카페 '산행수행'
과, 성남 '광성'을 C와 C- 등급의 막상막하로 가당찮게 매도할 필요도 없고.
성남 광성산악회 청옥산 야유회. 접은 토시인지, 양팔테인지, 저이가 회장님이었나. 2013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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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를 익혀 먹음에 있어 일미는 돌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새벽강입니다. 다음은 무쇠 솥뚜껑요.
철판 이하는 해롭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이지요. 번개탄에 석쇠는 고르게 익지 않고, 그을음이 붙어
냄새 나고 식감 떨어집디다. 지방 빠지고 태움에 가깝게 되니 부드러우면서 고소할 맛이 나무 껍
질 같아져서 난 당최. 새벽강의 강화 흥왕지와 동막 해수욕장에 간양록이 흐르다 II(2012)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