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 010·3755 ― 2600
마지막 낚시, 금연
바람이 넘긴 책, 한길칸막이
추석 다음날인 2016. 9. 16(금) 이태 만에 낚시를 갔다. 문호리 강변, 밤비 속에 담배를 버렸다.
낚시도 버렸다. '낚시 채비 전집'을 뗀 언저리다. 민물고기 24종과 바닷고기 56종의 사진을 앞세우
고 생태를 곁들인 해설서다. 박식하게 영근 솜씨를 알토란 같은 문장으로 선물했다. 412쪽, 대물급이
다. 강호와 바다를 종횡무진 섭렵하고 이순을 넘기면서 붕어를 가까이 한다는 이일섭 님, 만수무강
하시기를. 다락원에서 낸 97년 판이니 그가 무상일 수 있겠다.
낚시에 이별을 고한 건 곧은 낚시 물에 걸고 시대 차기를 기다린 태공망(太公望) 레벨이 못 되는 소
인이라. 경지에 이르지 못한 피플을 초라하게 만드는 게 낚시다. 장비와 취사도구에 먹거리를 더
하면 단칸방 이삿짐 수준인 출조의 시작이 설레임이었던가. 턴해 원위치 시키고 씻고 눕기까지의
과정이 뿌듯이었던가.
큰 놈 한 마리 잡기 위해 뜬 눈으로 지새다시피한 그 밤들이 행복이었던가. 김상사 아가미를 찢으
며 바늘을 뺄 때 업이 두렵지 않던가. '김상사'는 '월남 붕어'라 불리운 블루길(bluegill)인데 오랄녀
(oral 女)처럼 미끼를 목구멍 깊숙이 삼키는 껄떡쇠지. 찌올림 잦든 말뚝이든 줄담배에, 허기를 배
경으로 밥과 같이 한 술이 몸에 생기를 줬던가.
나에게 원이 있다면
뉘우침 없는 일몰이
고요히 꽃잎인 양 쌓여가는
그 일이란다
― '정념의 기(旗)'에서
하루가 삼 년인 양 늙어지고 꾀죄죄했던 과거와 결별한다. 남은 날들은 김남조 님의 시처럼 살리
. 와이퍼를 저으며 칠흑의 어둠 속으로 멀어진 블랙 카니발의 유수객, 그도 다생습기(多生習氣)의
악업을 버렸을까. 그 살생 놀음을. 끝끝내 견성오도(見性悟道)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