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 010·3755 ― 2600
지리산(智異山) 7암자 순례길
지리산(1915m)의 한 봉우리, 삼정산 (三丁山 1,182m)은 천왕봉에서 흘러온 장엄한 지리 마루금이 경
상도와 전라도를 경계 짓는 지리산 중북부 능선의 시발점인 삼각고지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북쪽으로
또 하나의 가지를 치고는 유장하게 흘러내려 실상사 바로 위에서 만수천으로 슬며시 잠긴다.
이 능선이 삼정 능선으로, 삼신봉을 품고 있는 남쪽의 남부 능선과 더불어 지리산 최고의 전망대로 동
쪽 끝 함양 독바위 하봉안부 하봉 중봉 천왕봉으로하는 동쪽의 주봉들로부터 서쪽 끝의 바래봉 덕두봉
까지 끝 간 데 없이 뻗어가는 지리 영봉들이 눈앞에 장엄하게 펼쳐진다. 그리고 우람한 삼정 능선의
가파른 능선 아래 두 개의 절집과, 다섯 개의 조그만 암자들을 품고 있다.
실상사와 영원사를 빼고는 규모 있는 암자는 없지만 암자를 찾아가는 가느다란 숲길과 그 숲길에서 사
방팔방 눈앞에 펼쳐지는 지리 주릉을 바라보며 가는 길들이 아름답고, 속세의 많은 사연은 아름다운 산
길과 소박한 암자의 시원한 약수 한 바가지로 깨끗히 씻어 낼 수 있는 아름다운 순례길이다.
'푸른산' 에서 온 공지 메일이다. 4월이었고, 갈림길에 있었고, 포기로 기울고 있었다. 내려놓으면 가
벼워질까. 2015
지리산(智異山·地理山)과 7암자길
산행 일주 전에 스틸(steal)한 석 장의 포토다. 테두리 없애고 내 스타일로 필체 바꿨으나 텍스트
의 흔적 남았다. 말풍선으로 드러낸 음정 마을이 산행 시작처다.
답답한 풍선 치우고 실경에 가깝게 했다.
20여 분 있으면 사당을 뜰 28인승 리무진이다. 그만큼의 시간이 더 지나면 날과 날의 경계를 가
르겠다. 만패불청(萬覇不聽)하고 가는 구도의 길이다. 사월 초이렛날. 2015. 5. 24(日)
처음 보는 깸도리 대장님이다. V는 저이가 아끼는 산우지 싶다.
'백봉산' 은 기사님 다음으로 시야 넓은 3번 석이다.
초파일의 음정 마을이고, 4시 20분이다. 2015. 5. 25(月)
예까지 온 건 기적이다. 산행 초반, 예기치 못한 일 생겨 꼬리에서 떨어졌고 일행과 끊어져 길을
잃었다. 기다려주고 스틱까지 넘겨준 님과 닿지 못했다면 쩜쩜 스틱 아니었다면 오르막 속보를 내
몸이 견디지 못했으리. 본대와 합류조차 어려웠으리. 사력을 다했다해도 그랬으리.
괜찮으니 천천히 가도 된다고, 나를 기다려 준 그가 말했다. 영혼이 깃들게 말하는 생불을 만나다니.
나쁜 카메라에, 실력 없는 주인이라 화질은 포기했다. 눈을 불편하게 하는 구도와 디테일은 어쩌지.
삭제하려다 냅두길 여러 번.
몹쓸 카메라, 몹쓸 테크닉이나 공들여 찍고 싶다. 공들임의 바탕은 시간이다. 2015. 5. 25(月)
영원사(靈源寺)다. 함양군 마천면 삼정리(三丁里)고, 해발 920m다. 두류선림(頭流禪林)을 업고
고개를 드니 트였다. 보이는 건 산뿐이로되 나와 마주 보는 산은 아득하다. 트였고, 청정하다. 이토록
신령스러운 데가 있었다니. 영기 서려 신비하다. 만행(漫行)이 아닌 속력 산행이라 미련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