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별 / 김지하 새벽江 혹은 13월에부는바람 결별 김지하 결별(訣別) 김지하(金芝河) 잘있거라 잘 있거라 은빛 반짝이는 낮은 구릉을 따라 움직이는 숲그늘 춤추는 꽃들을 따라 멀어져가는 도시여 피투성이 내 청춘을 묻고 온 도시 잘 있거라 낮게 기운 판잣집 무너져 앉은 울타리마다 바람은 끝없이 펄.. ◇ 시 2013.07.02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이원규 새벽江 혹은 13월에부는바람 행여 지리산(智異山)에 오시려거든 이원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 ◇ 시 2013.06.25
폭설 / 오탁번 새벽江 혹은 13월에부는바람 폭설(暴雪) 오탁번 삼동(三冬)에도 웬만해선 눈이 내리지 않는 남도(南道)땅끝 외진 동네에 어느 해 겨울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 이장이 허둥지둥 마이크를 잡았다 ― 주민 여러분! 삽들고 회관 앞으로 모이쇼잉! 눈이 좆나게 내려부렸당께! 이튿날 아침 눈을 .. ◇ 시 2013.06.23
살구꽃 향기 / 유금옥 새벽江 혹은 13월에부는바람 살구꽃 향기 유금옥 민지는 신체장애 3급입니다 순희는 지적장애 2급입니다 우리 반 다른 친구들은 모두 정상입니다 민지가 바지에 똥을 싸면 순희가 얼른, 화장실로 데려가 똥 덩어리를 치우고 닦아 줍니다 다른 친구들이 코를 막고 교실에서 킥킥 웃을 때 .. ◇ 시 2013.06.20
이화우 흩날릴 제… 이매창 새벽江 혹은 13월에부는바람 이화우(梨花雨) 흩날릴 제… 이매창 이화우(梨花雨)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낙엽에 저도 날 생각할까 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하노라 내 정령(精靈) 술에 섞여 님의 속에 흘러들어 구곡간장(九曲肝腸)을 마디마디 찾아가며 날 잊고 님 향한 마.. ◇ 시 2013.06.20
다시, 봄날은 간다 / 유종인 새벽江 혹은 13월에부는바람 다시, 봄날은 간다 유종인 해장국집 찾으러 가는 사내의 늦은 토요일 아침 차가운 봄비를 만난다 거리의 담벼락과 전봇대마다 심령대부흥회의 포스터가 불온전단처럼 나붙고 문득 죄지은 일들 한꺼번에 꽃무더기로 피어나는 오늘은 근동(近洞)의 벚꽃축제 .. ◇ 시 2013.06.20
김민정의 시 '마치 … 처럼' / 장석남 새벽江 혹은 13월에부는바람 김민정의 시 '마치 … 처럼' 장석남 마치 …처럼 김민정 내가 주저앉은 그 자리에 새끼고양이가 잠들어 있다는 거 물든다는 거 얼룩이라는 거 빨래엔 피존도 소용이 없다는 거 흐릿해도 살짝, 피라는 거 곧 죽어도 빨간 수성사인펜 뚜껑이 열려 있었다는 거(200.. ◇ 시 2013.06.20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 김현태 새벽江 혹은 13월에부는바람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김현태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이란 잠자리 날개가 바위에 스쳐 그 바위가 눈꽃처럼 하얀 가루가 될 즈음 그때서야 한 번 찾아오는 것이라고 그것이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등나무 그늘에 누워 같은 하늘을 바라보는 저 연.. ◇ 시 2013.06.13
비오는 날 달맞이 꽃에게 / 이외수 새벽江 혹은 13월에부는바람 타인의 계절 / 한경애 비오는 날 달맞이 꽃에게 이외수 이 세상 슬픈 작별들은 모두 저문 강에 흐르는 물소리가 되더라 머리 풀고 흐느끼는 갈대밭이 되더라 해체되는 시간 저편으로 우리가 사랑했던 시어(詩語)들은 무상한 실삼나무 숲이 되어 자라 오르고 .. ◇ 시 2013.06.13
신귀거래사를 위하여 새벽江 혹은 13월에부는바람 신귀거래사를 위하여 歸去來辭 도연명(陶淵明) 歸去來兮 田園將蕪 胡不歸(귀거래혜 전원장무 호불귀) 旣自以心爲形役 奚추창而獨悲(기자이심위형역 해추창이독비) …(하략) 돌아가리라. 전원이 황폐해지고 있거늘 어찌 돌아가지 않으리요 이미 내가 정신을 .. ◇ 시 2013.06.13